쿠팡은 기성 언론 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자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찾아 명단에 올렸습니다.
쿠팡에서 일한 경험을 공유한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적시된 사유는 대부분 ′허위사실 유포′였습니다.
이어서 정혜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언론을 통해,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드러났던 2021년.
대학생 9명이 쿠팡 일용직에 지원했습니다.
수도권의 여러 물류센터에서 최장 한 달간 일하며 쿠팡을 몸으로 체험했고, 유튜브를 통해 경험을 공개했습니다.
[송보미(2021년 9월 7일, 유튜브)]
″근무시간이 8시간, 9시간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서 식사 시간 외에는 휴식시간이 따로 주어지지 않거든.″
그리고 이틀 뒤, 직접 겪은 쿠팡의 노동 실태를 증언했습니다.
[김건수(2021년 9월 9일, 유튜브)]
″무거운 것들을 계속 들어야 되고 또 덥고, 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혹은 화장실을 가거나 이런 것들도 관리자들에게 허락을 맡아야 되는‥ 거기서 느꼈던 것들은 군대 문화와 거의 흡사했다, 불합리한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문화‥″
하루에도 몇 통씩 오던 쿠팡 구인 문자가 끊긴 건 바로 그날부터입니다.
참가자 가운데 실명을 공개한 두 사람만 그랬고,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송보미/대학생 모니터링단 활동]
″딱 9월 9일을 기점으로 그 문자가 오지도 않고 그래서 제가 이게 증언대에 참여해서 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건가 싶어서 일부러 지원을 해봤어요. 두세 번 정도는 아무 연락이 없다가, 마지막에는 ‘채용 인원이 이미 찼습니다.’ 이렇게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뭔가 있구나.″
실제 두 사람은 유튜브에 증언대회 영상이 올라온 바로 그날, 쿠팡 PNG리스트에 모두 올랐습니다.
영구 채용불가를 뜻하는 ‘대구1센터’로 분류됐고, 구체적인 사유는 ‘허위사실 유포’ 였습니다.
[김건수/대학생 모니터링단 활동]
″′블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고요. ‘좀 지각을 한다거나 혹은 좀 관리자에게 밉보인다거나 그러면 바로 블랙이 될 수 있다. 조심해야 된다.’″
역시 대학생 쿠팡 체험단으로 활동했던 기민형 씨.
한 달 뒤 다른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습니다.
당시 실명 그대로 인터뷰했는데, 바로 이틀 뒤 PNG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기민형/대학생 모니터링단 활동]
″그때 2년 전이니까 한 2학년 때일 거예요. 동의 과정도 전혀 없었고, 심지어 저도 모르고, 2년 후에도 보관하고 있다는 건 불쾌하기도 하고.″
쿠팡에 대한 비판은 유튜브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일반 시민까지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광범위한 표적 사찰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됩니다.
[전주희/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감시나 통제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굉장히 더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들고요. 사실 일해본 사람들이 정확하게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데,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재고용이 안 된다는 거죠.″
직접 일 해보고 느낀 사실을 말해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규정한 쿠팡 앞에서, 청년들은 취업 길마저 불안해집니다.
[김건수/쿠팡물류센터 대학생 모니터링단 활동]
″쿠팡이 악의적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제 개인정보잖아요. 타 기업 등에 ‘이런 이가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기업에 해를 미치니 취업시키지 말라’는 식으로 명단을 공유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취업길이 막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