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는데 상대 국가에는 의료파업 가능성과 북한의 도발 등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례 없는 상황에 외교가는 물론, MOU 체결 일정 등을 잡았던 경제계는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김민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예정됐던 일정은 오는 18일부터 5박 7일간의 독일·덴마크 순방이었습니다.
독일은 국빈방문이기까지 했는데 일정 나흘 전 전면 연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몇몇 기업은 상대 국가에 이미 선발대까지 파견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긴급 안내 통보를 통해 MOU 체결식,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비즈니스 포럼 등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 관계자들은 항공 숙박 등 위약금 발생은 물론 연기 사유를 말할 수 없어 난감하다, 사실상 취소 아니냐는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당초 독일에서는 첨단 기술 동맹을 구축하고 덴마크와는 제약·바이오 협력 강화가 대통령실이 제시한 목표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비즈니스 외교를 강조해왔는데 순방 연기 이유로 해당 국가에는 의사 파업 등으로 인한 국정 운영 불안과 북한 도발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적으로도 논란을 남겼습니다.
갑작스런 연기 통보를 받은 순방 준비팀도 ″정말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중동국가나 북한이 하는 식의 외교 방식″이라고 탄식했습니다.
상대 국가에선 우리 측이 밝힌 연기 사유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확실한 아젠다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사실은 갔어야 되는 것인데 불과 4~5일을 두고 이것을 취소했다는 것은 (그것이 충분히 그 나라에 납득이 됐을지 이 부분에 대해서) 외교적 결례라고 볼 수 있고요.″
대통령실이 순방 연기와 관련해 여러 요인을 검토한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김건희 여사가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김여사는 지난해 12월 중순 네덜란드 순방 이후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데 취임 후 윤 대통령의 16차례 해외 순방 중 한 번만 빼고 모두 동행했습니다.
[이준석/개혁신당 공동대표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건희 여사가 어떤 공개 행보를 안 하고 사실상 잠행 상태로 있는 상황인데 독일 방문을 지금 하신다고 하는데 지금 또 이제 뭔가 할 만하다 싶으니까 또 해외로 나가시는 것 같습니다.″
김 여사의 동행 여부와 행보에 대한 논란 자체가 총선을 앞둔 여당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를 통보하는 순간까지도 김 여사 동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서 상대 국가에서 의전과 일정 등 조율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