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준석

전봇대 하나 없는 들판 '거창 서덕들'‥저탄소 벼 재배 연구도

입력 | 2024-08-22 20:39   수정 | 2024-08-2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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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최근 쌀 소비 감소와 쌀값 하락으로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는데요.

전봇대나 비닐하우스 하나 세우지 않고,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며 벼농사를 이어가는 곳이 있습니다.

경남 거창의 ′서덕들′인데 저탄소 벼농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준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언덕을 넘어가자 온통 초록색인 들판이 넓게 펼쳐집니다.

중간에 빼곡한 나무들은 과수원, 나머지는 전부 벼가 자라고 있는 논입니다.

1백 헥타르가 넘는 들판이지만 하얀 비닐하우스나 전봇대는 보이지 않습니다.

7개 마을 주민들이 백두대간의 명산에 둘러싸인 이곳 ′서덕들′의 경관을 그대로 보전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성수경/경남 거창군 사마마을 이장]
″덕유산, 금원산, 기백산…수도산과 단지봉까지 병풍처럼 쫙 둘러서 있는 그림 같은 곳입니다.″

경관을 지키며 벼농사을 이어가기 위해 주민들은 겨울철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비닐하우스 같은 농사를 포기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려면 결국 전봇대와 전깃줄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병천/경남 거창군 장기마을 이장]
″자율적으로 협의를 해서 지키자, 이걸 보존하자, 보존할 가치가 있다.″

오래전 농사 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서덕들′은 환경 친화적인 ′저탄소 벼 재배 농법′을 연구하는 의미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영손/경상국립대 스마트농산업학과 교수]
″지구 온난화가 지금 심각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여기서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쌀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농민들은 점점 고령화되는 이중고 속에, 전기를 끌어다 쓰지 않는 벼농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주민들은 걱정합니다.

[정영환/경남 거창군 남산마을 이장]
″도시의 자제분들은 땅이 필요가 없으니까 자꾸 처분을 하는 거예요. 참 지키려니 너무 힘이 들어요.″

정부에선 농촌이 경관을 꾸미거나 보전할 때 자금을 지원하는 ′경관보전직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상으로 꽃이나 보리류 등만 명시돼 있어 벼농사는 받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MBC뉴스 이준석입니다.

영상취재: 신진화 (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