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단독] 쿠팡 '과로 없었다' 했는데‥"2명분 일 혼자서 했다"

입력 | 2024-09-08 20:12   수정 | 2024-09-0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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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 저희 뉴스데스크에서는 쿠팡 시흥2캠프에서 밤샘 근무를 하다 숨진 고 김명규 씨의 사망 사고를 단독 보도해드렸습니다.

쿠팡 측은, 고인에게 지병이 있었고, 업무과중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는데요.

사망 당일, 김 씨는 쿠팡에서 어떻게 일했던 건지 함께 일했던 아내의 증언을 들어봤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쿠팡 시흥2캠프의 ′프레시백′ 세척 작업장.

통상 4인 1조가 작업대 1개를 맡습니다.

먼저 가방을 세척기에 넣으면, 다음 사람이 닦은 뒤, 한 명은 가방 형태로 접습니다.

마지막 사람이 120개씩 모아 지정된 장소에 적재하면 작업이 끝납니다.

[쿠팡 시흥2캠프 근무자 (음성변조)]
″한 사람은 프레시백 넣고, 중간에서 닦고, 한 사람 접고, 한 사람 적재. 물건이 나오는 속도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한 라인에 4명.″

김명규 씨가 시흥2캠프에서 일했던 8월 18일.

평소 일요일 새벽엔 4명이 출근해 작업대 1개만 가동하는데, 그날따라 7명이 출근했다고 합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보통 4명이 나와요. 〈한 라인만 가동하는 거?〉 원래는요. 일요일 날. 그날 왜 거기서 7명을 또 불렀는지도 모르겠고.″

가방을 넣고, 닦고, 접는 사람, 각각 3명씩 2개 작업대에 배치하면, 운반과 적재는 누군가 혼자 맡아야 했습니다.

그걸 김명규 씨가 했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한 사람은 어쨌든 두 사람 일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어떤 누구든요. 그게 이제 저희 남편이 됐었던 거죠. 그거를 2개를‥″

작업대 2곳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수십 미터 옮긴 뒤 포장하고 쌓는 고된 작업.

시흥2캠프 심야 일용직으로 일한 두 번째 날이었습니다.

[쿠팡 시흥2캠프 근무자 (음성변조)]
″적재를 왔다 갔다 하기는 되게 힘들거든요. 한 사람이 그걸 하진 못해요. 적재를 사실 초보자는 절대 왔다 갔다 시키질 않아요.″

2년 전 산업안전기사 자격증까지 딴 김 씨였지만, 몸은 견디지 못했습니다.

작업대에 있던 아내에게 ′너무 힘들다′고 말한 지 10분 만에 쓰러졌고,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남편이 원래 지병이 있었냐′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어, 지병 없었는데요′ 그러는데 ′이렇게 하면 장례식을 치르면 안 되죠′ 이러시는 거예요. ′일단 부검도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경찰분이 연락 오셔서 안 거예요.″

쿠팡 측은 ″부검 결과 확인 없이 다른 회사 재직 중 휴일에 총 3회 아르바이트하신 분이 CLS 업무로 과로사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7월 18일, 제주 일용직 사망과 택배기사 뇌출혈.

8월 1일, 청주 ′로켓설치′ 대리점주 사망.

8월 18일 시흥 김명규 씨 사망에 이어, 26일 심정지 사고까지.

최근 MBC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쿠팡의 죽음과 사고만 해도 이렇게나 많습니다.

[정혜경/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진보당)]
″쿠팡에는 안 알려져 있는 산재 사고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다 전수조사를 해서 정말 얼마나 많은 산재 사고가 쿠팡에서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쿠팡 유족 등은 내일 오전 국회 앞에서 과로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김백승 / 영상편집: 배우진 / 그래픽: 박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