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수십 년 동안 대통령 임기 중 한번 하던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매년 할 수 있도록 국방부 훈령까지 바꿨습니다.
작년에만 국군의 날 행사에 1백억 넘는 예산이 쓰였는데 예산낭비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내년에도 예산을 또 잡았다가,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희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군사정권의 연례행사였던 국군의 날 시가행진.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 때부터 매 5년 주기로 실시했고, 이후 국방부 훈령을 통해 ′5년에 한 번′으로 법제화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2008년 10월 1일, 제6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우리 군은 선진 정예강군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2013년 10월 1일,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강력한 대북억지력을 구축해야만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군의 날 행사를 대통령 취임 첫해 하되 시가행진은 선택 사항의 하나로 훈령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조항이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시가행진을 포함한 대규모 행사를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매년 열 수 있게 바꾼 겁니다.
이를 근거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국군의 날 행사와 시가행진이 가능해졌습니다.
작년에는 103억 원을 썼고, 올해는 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서 국군의 날 행사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지적했습니다.
3년 동안 대규모 행사를 이어온 만큼 국군의 날 행사 확대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내년 국군의 날 예산으로 80여억 원을 또 신청했다가 국회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부승찬/국방위원회 위원 (지난 8월 27일)]
″이게 군의 사기하고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김선호/국방부차관 (지난 8월 27일)]
″위원님 국군의 날이 그냥 무슨 하루 하는 퍼포먼스를…″
[부승찬/국방위원회 위원 (지난 8월 27일)]
″적당히 하시죠. 적당히 하고요. 이거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 의견 올릴 겁니다.″
국방부는 최첨단 무기를 선보여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담보할 수 있고, 방산수출을 위해서도 시가행진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시가행진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민석/에비에이션위크 한국특파원]
″무기성능이 현대전에서 행진을 한다고 그걸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K-방산의 고객 국가들은 무기 성능 시범이라든가 실제 발사하는 화력훈련 이런 것들에 참가수요가 있는데…″
실제 일부 무기의 경우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참여하면서 방산수출을 위한 전시회에서 하려고 했던 화력 시범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