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소정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 시적 언어로 담아내다

입력 | 2024-10-11 19:48   수정 | 2024-10-11 21:42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1993년 시로 등단한 뒤, 단편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뗀 작가 한강은, 그동안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뒤에도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는데요.

작품 세계를 임소정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육식으로 상징되는 살육과 폭력성.

[한 강/작가, 소설 <채식주의자> 중]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

이에 대항해 여자는 차라리 나무가 되길 택합니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사람들은 뺨을 후려치고, 입을 강제로 벌리며 폭력을 꺼내 듭니다.

[한 강/작가]
″언제나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그런 의문과 의심과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돌파하기 위해서 이런 사람(채식주의자)의 이야기를...″

′세상은 왜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가′

한강은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를 탐구하는 작가에게 폭력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는 지나칠 수 없는 소재가 됐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을 정면으로 마주했던 열 살 소녀.

30여 년이 흐른 뒤, 한강은 ′망자′와 ′살아도 살지 못하는 자′의 목소리를 되살려냈습니다.

[한 강/작가, 소설 <소년이 온다> 중]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이 목소리가 <소년이 온다>로 태어났던 해.

운명처럼 꿈속으로 제주 4.3 사건이 찾아왔습니다.

[한 강/작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중]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고요한 투쟁의 서사는 다시 한번 감각적 언어에 담겨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 강/작가, 2023년 11월 메디치상 수상 기자간담회]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폭력과 비극,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에 천착해 온 작가 한강.

이를 통해 이야기하는 건 결국 ′인간,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입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 영상편집: 송지원
디자인 : 김양희 / 영상제공 : 창비,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