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필국

선대 지우기 차별화‥김정은의 딜레마

입력 | 2024-10-28 07:40   수정 | 2024-10-2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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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북한이 최근 주요매체에서 주체 연호표기를 없애고 선대의 업적을 기리는 상징도 잇따라 폐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건지 또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김필국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과거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중앙TV (2019년 10월 23일)]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이듬해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금강산 지구의 시설물을 잇따라 철거하더니 얼마 전엔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도 폭파했습니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산물이 거의 사라진 겁니다.

올 초에는 김일성 주석의 통일 유훈을 기리기 위해 세웠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철거했습니다.

민족, 통일 같은 표현을 지우며 선대의 업적도 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순부터는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에서 주체 연호 표기가 사라졌습니다.

주체 연호는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해 제정한 것으로 북한은 1997년부터 사용해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여전히 주체 연호를 병기하고 있지만 점차 사용하지 않는 추세로 바뀔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김 위원장이 더 이상 선대 후광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통치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은 체제를 열어 젖힌다, 본인의 정치가 또 대남정책이 이제는 아버지 할아버지하고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또 한민족, 통일을 강조하기 보다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는 것이 핵보유국으로서 전략적 지위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세습을 통해 권력을 물려받은 김 위원장의 선대 유훈 폐기와 차별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불확실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민들에게 충격을 최소화시키면서 선대 유훈이 이 시대 논리에서 어떻게 변주돼야 하는지를 김정은 식의 논리를 만들어 하지 않았을까, 또는 향후에 그렇게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주민들을 결속하려는 북한의 시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합니다.

MBC뉴스 김필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