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배주환

마약 정책 강화는 필요하지만‥'진통제만이 살길' CRPS 환자는?

입력 | 2025-08-26 20:36   수정 | 2025-08-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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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버티기 힘든 통증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필요한 만큼 약을 처방받는 게 힘들어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조차 우려가 크다고 하는데요.

무슨 일인지 배주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2년 전 군대에서 발목을 다친 뒤부터 가만히 있다가도 극심한 통증이 몰려옵니다.

하루에도 2~3차례씩 갑자기 벌어지는 일입니다.

다친 부위 치료가 끝났는데도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는 희귀난치성 질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CRPS입니다.

통증 정도를 수치화 했을 때 암환자를 5, 아이 낳는 산통을 7로 보는데 CRPS는 10이나 됩니다.

[강병진/CRPS 환자]
″수건 물 때도 있고요 너무 아파서. 지금 발음이 새는 것도 (수건 무느라) 턱관절이 안 좋아서 치료 받고 있거든요.″

치료 방법도 없어 기댈 수 있는 건 마약성 진통제 뿐입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약이 떨어질까 늘 불안합니다.

정부가 마약 정책을 강화하면서 마약성 진통제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겁니다.

[강병진/CRPS 환자]
″아예 ′그냥 지금 처방 안 될 것 같은데요′ 이런 말도 들은 적도 있어요.″

문제는 CRPS 환자마다 증상이나 통증 정도가 달라 처방량도 다 다르다는 것.

하지만 정부 기준은 일괄적이어서 주치의 판단에 따라 늘려 처방해도 곧바로 이유를 밝히라는 공문이 날아옵니다.

[최종범/아주대병원 통증의학과 교수]
″그거를 오남용이라 하면 밥을 많이 먹으면 덩치 커서 내가 식사량이 많은데 그럼 너 과식이야 이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그런 기초를 가지고 이 사람을 이해를 해주고 해야 되는데…″

공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 한 달간 처방 정지 같은 행정 처분은 물론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예 병원들이 처방 자체를 꺼립니다.

[최종범/아주대병원 통증의학과 교수]
″결국에는 요즘에 막 큰 병원으로 몰려와요. 지역 병원에서 이제 (마약성 진통제) 못 주겠다 이러는 거예요.″

식약처도 일단 마약성 진통제 사용 기준을 CRPS 환자에게 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연말까지 연구 용역은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 수렴 등도 거쳐야 해 실제 개선될지, 언제쯤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영상취재 : 전효석 / 영상편집 : 조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