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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진
기념식한다고 땡볕에‥새장 열자 '천연기념물' 황새 그대로 폐사
입력 | 2025-10-17 20:18 수정 | 2025-10-1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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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국내에선 자취를 감춘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하는 사업이 지자체마다 진행 중인데요.
어렵사리 복원한 황새를 자연에 방사하다가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자체의 기념행사에서 시장과 국회의원 등의 연설 뒤 방사를 진행했는데, 땡볕 아래 좁은 새장에 오래 갇혀있어 탈진해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새장 문을 열자 올봄에 태어난 아기 황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뒤이어 아빠 황새의 새장 문이 열렸지만 나오지 않자 사육사가 부리를 잡고 끌어냅니다.
그러나 아빠 황새는 날개도 펴지 못하고 고꾸라지더니 구덩이로 떨어졌습니다.
사육사가 황급히 황새를 차에 태우고 사육장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했지만 곧 폐사했습니다.
황새를 방사하다가 폐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데, 방사 전 건강에 별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황새를 돌보던 수의사와 전문가들은 새장에 갇혀 있던 황새가 스트레스로 탈진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동수/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박사]
″(수의사가) 순간적인 공황장애나 탈진이 왔을 수는 있다고 얘기하시긴 하셨거든요‥″
보통 방사는 새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서식지 근처에서 이뤄지지만 이날은 황사 방사가 김해시의 과학관 개관 기념식에 이벤트로 잡혀 있었습니다.
사육장에 있던 황새를 700m 정도 떨어진 과학관 마당으로 옮겨왔고 행사 시작 전부터 황새들을 대기시켰습니다.
시장,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의 연설 뒤 방사 일정을 잡았기 때문인데 황새들은 방사 직전까지 1시간 30분 이상을 좁은 새장에 갇힌 채 기다려야 했습니다.
특히 당시 현장 주변 기온은 22도 정도로 햇볕이 따가워 행사 참석자들에게 우산이 제공될 정도였지만 새장위로 쏟아지는 햇볕을 가릴 그늘막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위해 무리하게 방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진영/김해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 동원을 하고 1시간 40분가량 케이지 안에 갇혀 있게 한다라는 것이‥″
김해시는 황새를 데려온 예산황새공원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방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황새 복원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유산청은 김해시와 함께 폐사 원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MBC뉴스 문철진입니다.
영상취재: 김장훈 (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