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가 금융기관에 맡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3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해외 출장을 21번이나 갔는데요.
열흘 중 하루를 해외에 머문 셈인데 해외 출장이 꼭 필요했을까요.
국민이 낸 세금이 이렇게 쓰여도 되는 걸까요?
이어서 홍의표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22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출신 낙하산′이라는 반발 속에 취임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석 달 뒤 스위스에 간 것을 시작으로 지난 9월까지, 해외 출장 횟수가 21번에 달합니다.
중국, 일본, 대만, 몽골,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까지 웬만한 아시아 국가는 거의 다 갔고, 유럽에서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 크로아티아로 출장을 갔습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보스턴을 들러, 19개 나라 24개 도시를 갔습니다.
세계일주에 가까운 해외 출장을 간 겁니다.
출장 일수로는 114일로, 임기 열흘 중 하루꼴로 해외에 머물렀습니다.
국제기구 회의 참석과 업무협약 체결, 해외 기관 면담 등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비슷한 시기 다른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장의 해외 출장 횟수보다 많게는 7배 차이가 났습니다.
해외 출장 적합성 등을 따지는 심사위원회는 위원 6명 중 5명이 내부 인원으로 꾸려져, ′사장님′의 출장을 제한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예탁결제원 사장을 지낸 유 사장은 당시에도 임기 중 28번이나 해외 출장을 가 논란을 빚었습니다.
[유재훈/예금보험공사 사장 - 김성주/당시 국회 정무위원 (지난 2023년 10월)]
″<왜 이렇게 해외 출장 전문 기관장이 돼 버리셨지요?> 우리나라 금융의 최대의 문제가 국제경쟁력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진정한 해외 출장을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예보는 유 사장이 국제기구 집행부로 활동 중이라 해외 출장이 잦은 거라며, ″전임 사장의 출장 건수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기관장들의 해외 출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에 동거녀를 데려가 관광을 하거나, 1박에 260만 원짜리 스위트룸을 잡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
″해외 출장의 목적이 정말로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정책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제대로 정책으로 환류가 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국민 혈세가 들어간 공공기관장의 해외 출장에 대해 외부 감시와 객관적인 검증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