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병산

'대나무 비계'가 참사 키워‥외벽 둘러싼 가연성 자재들이 불쏘시개로

입력 | 2025-11-27 20:08   수정 | 2025-1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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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화재가 난 아파트는 건물 바깥 보수공사를 위해 공사 중 임시발판과 통로가 되는 비계가 설치돼 있었는데요.

불에 잘 타는 대나무 비계여서 더 큰 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또 고층 건물이 밀집된 구조에 빠른 대피가 어려운 고령층이 많아 인명피해가 늘어난 걸로 보입니다.

손병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대나무로 만든 임시 시설물 ′비계′와 그물처럼 생긴 초록색 안전망 사이로 불길이 번져 나갑니다.

금속 비계보다 저렴하지만 불에는 약할 수밖에 없는 대나무 비계.

강한 바람 속에 대나무 비계를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화재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중국 본토에선 3년 전부터 대나무 비계가 퇴출됐습니다.

반면 홍콩에선 지난달에도 중심가 빌딩이 대나무 비계에서 시작된 걸로 추정되는 화재에 불탔습니다.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지다 결국 대규모 참사가 벌어진 겁니다.

게다가 보수 공사 중이던 아파트에는 다른 불쏘시개도 많았습니다.

대나무 비계와 함께 아파트를 마치 불기둥처럼 만든 불붙기 쉬운 외벽 안전망, 또 건물 곳곳의 가연성 스티로폼 등이 불을 급속히 번지게 했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에이린 정/홍콩경찰 관계자]
″각층 엘리베이터 로비 근처 창문 밖에 가연성 물질인 스티로폼이 설치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화재 위험이 큰데도 불씨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현지 매체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작업자들의 흡연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 민원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불쏘시개와 불씨가 갖춰진 조건에 강풍까지 불었고, 홍콩 특유의 밀집형 건물은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게다가 주민 4천 6백여 명 가운데 36%가 65살 이상 고령층이라 대피는 힘들었고, 화염에 휩싸인 32층 초고층 아파트로는 구조대 투입마저 어려웠습니다.

[제이슨 콩/아파트 주민]
″건물 안에 아직 일부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 아무도 그들을 구하지 않고 있나요?″

실종자들이 점차 사망자로 확인되면서, 이번 화재는 홍콩 역사상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

영상편집 : 김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