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세 사기의 배후, 누가 ′판′을 짰나?</strong>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에서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집주인이 담보 대출을 받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 뒤, 제대로 보증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빚까지 내서 들어간 전셋집인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이 증발할 위기다. 심지어, 언니와 동생이 동시에 피해를 입기도 한다. ″동생이 겨우 26살인데,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으니…″ 언니는 자신보다 동생이 걱정스럽다. 이 지역에선 수십 가구 규모의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정점에는 인천의 거물 건축업자 남 모 씨가 있다. 남 씨는 주택을 2700여 채까지 늘리며 세입자들을 끌어 모았다. 직원들에겐 ′남 회장′으로 불리는 이 남성은 2009년부터 빚으로 사업을 쌓아 올렸다. 집을 지을 때마다 금융기관에서 담보 대출을 받고,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까지 활용해 다시 집을 지었다.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야 유지되는 불안한 사업 구조였다. 하지만 집값 상승이 꺾이면서 자금 돌려막기는 한계에 부딪혔다. 집들이 하나둘 경매로 넘어갔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세입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비밀공간이 나와요. 거기다가 짐을 다 넣으라고… 등기부 등본이나 컴퓨터 본체 이런 거 그냥 모든 걸 다 넣었어요.″ (인천 건축업자 남 회장 지인).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가 속출하자, 남 회장 일당은 경찰 수사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 비밀공간에 보관됐던 거래 자료를 경찰이 확보하면서, 남 씨와 명의를 빌려준 가짜 집주인들, 남 씨가 운영했던 공인중개사 업소의 실체도 드러났다. <스트레이트>는 이들이 어떻게 사업을 키우고,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는지 추적했다.
인천뿐 아니라 경기도 구리와 화성에서도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 만기와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는 올해 하반기, 피해는 더 커질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막막해진 피해자들은 결혼을 미루고, 가족 곁을 떠난다. ″결혼하면 배우자와 같이 빚을 갚아야 하잖아요.″ ″해외 건설 현장에 나가 일하려고요, 이 난국을 빨리 수습하려면…″ 정부가 특별법까지 발의하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실효성이 있을까. <스트레이트>가 긴급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