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주식시장이 열리는 날, 한국거래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야가 수년간의 논의를 거쳐 도입한 금융소득 세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감세 선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식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 완화,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상속세 완화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새해 민생토론회에서 쏟아진 감세 정책만 15개였다. 대부분 부유층과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공정′과 ′기회의 사다리′를 강조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글로벌 스탠더드와 코리아디스카운트</strong>
회사에서 일해도, 자영업을 해도, 저축을 해도 세금을 낸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도 영국도 일본도 주식 투자로 이익이 나면 양도세를 부과한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상장 주식에 투자해 번 돈은 세금의 사각지대였다. ′금투세′ 폐지는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가 취약한 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즉 기업이 총수 일가와 대주주를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상속세 완화′를 먼저 해법으로 내세우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56조 원이라는 역대 최악의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 쏟아져 나오는 감세 정책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과 부유층이 혜택을 보면 결과적으로 서민과 중산층도 혜택을 보고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이른바 ‘낙수 효과’이다. 그러나 이미 2015년 IMF는 ′낙수 효과′는 없다고 결론 냈다. 국가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은 생각하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마구잡이로 선심성 감세 정책을 내놓는 ′감세 포퓰리즘′이 등장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