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정실 작가

소똥 밑에 묻힌 인생? 북한의 '열두 바닥 파기' 운동

입력 | 2023-04-08 07:48   수정 | 2023-04-0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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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본격적인 농사철입니다. 북한에선 해마다 이맘때면 강조하는 중요한 작업이 있다는데요. 오늘은 열두 바닥 파기 운동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북한 농사 얘기에 세트처럼 움직이시는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요즘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시기라고 하잖아요. 북한에 계실 때 이 시기에 뭐 하셨나요?

◀ 조충희 ▶

농장에 나가서 완전히 살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진짜 본격적으로 군에서 당 일꾼 행정일꾼 그 외 농촌 전문가 이렇게 해서 영농지도소조 라는 걸 만들거든요. 이게 조직에서 한 개의 농장에 다섯 명 내지 여섯 명이 파견이 되면 일요일날도 올라오지 못할 때가 많고요 이제 삼분 목이라는 거 하거든요. 그래서 삼분이라는 게 소똥 개똥 닭똥 이렇게 그건데 이것도 모아야 됩니다. 그러니까 정신없죠.

◀ 김필국 앵커 ▶

방금 말씀하신 거름 모으기는 농사철 북한 주민들의 중요한 미션이 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농사철 북한 TV에서는 거름 소식을 자주 보도합니다. 지난 3월에는 평양시의 청년동맹원들이 채소 농장에 보낼 거름을 마련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알곡 생산을 늘여 인민생활을 향상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지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에서는.. 생산수백 톤의 도시거름을 만경대남새농장에 보내주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주민들뿐 아니라 정부 기관의 공무원들이 도시 거름과 작업 비료를 농촌에 보내기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알곡고지 점령을 위해 힘차게 내달리고 있는 농업근로자들의 열의를 더 한층 북돋아 줌.″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매년 초 거름 전투라고 하면서 거름을 모으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만큼 질 좋은 필요가 부족하다는 거겠죠?

◀ 김관호 ▶

네 맞습니다. 당연히 잘 아시겠지만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비료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서 이제 비료의 삼요소라고 이제 질소 인 칼륨 등이 있는데요. 특히 이제 토양 중에 제일 많이 차지하는 질소가 한 46%가 되는데 이게 부족하면 농작물이 좀 마르거나 누렇게 변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지난 1월 초에 있었던 노동당 6차 대회에서 경제지표 12개 고지를 발표하면서 질소 비료를 강조를 하면서 비료 생산을 강력히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북한에서 농사를 짓는 데 토양이 많이 산성화되어 있기 때문에토양의 지력 개선하는 데도 이런 비료가 유기질 비료가 상당히 필요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도시 거름이라는 말이 나오던데요. 이 도시 거름이라는 건 뭐예요?

◀ 조충희 ▶

이제 아파트들은 아니고 이제 주택 지구에 옛날부터 내려오던 공동화장실 바닥이라든지 그다음에 쓰레기장 이런 데에서 나오는 걸 주로 도시 거름이라고 하고요. 주택 지구는 불 떼면서 구워진 흙이 굉장히 좋은 비료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닥 파기도 하는데 사실 4월이지만 아직도 좀 쌀쌀하니까 이때 이제 불 안 떼고 바닥 다 드러내야 하니까 이제 철판에다 흙 구워서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래요. 이게 이름만 들어서는 뭔지 좀 와 닿지도 않고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북한 TV로 함께 보시죠.

◀ 김필국 앵커 ▶

농사철이 되면 북한 TV에서 종종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입니다 한 농장원이 열두 바닥을 팠다고 말합니다.

″돼지, 소, 닭을 비롯한 열두바닥을 모조리 파내면 많은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를 퇴비생산으로 불러일으켰음.″

◀ 차미연 앵커 ▶

또 다른 보도에서는 농민들이 경쟁적으로 거름 반출에 나섰다고 소개하면서 열두 바닥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작업반에서는 개바닥(갯바닥, 개울 바닥)파기와 열두바닥긁기, 집짐승배설물 확보를 위한 분조별 경쟁을 조직하여 지금은 충분한 거름원천을 확보하였음.″

◀ 차미연 앵커 ▶

그러니까 열두 바닥이 진짜 12개의 바닥인 거네요.

◀ 조충희 ▶

사실 12개 바닥 그냥 외우기도 참 힘들거든요. 그래서 뭐 대충 열거 하면 돼지우리 소우리 이제 외양간이라고 하는데 그 다음에 이제 집집마다 개인 변소가 있으니까 변소 바닥도 되고 그래서 12바닥인데 이게 이제 12바닥 모아서 논이나 밭에 뿌리면 상당히 좋습니다.

◀ 김관호 ▶

그래서 북한에서 열두 바닥을 강조하면서 비료라는 흙보산 비료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후미산 비료로 아까 말씀드린 질소 인 칼륨의 성분을 가지고 있는 비료인데 김일성 주석이 흙에 뿌리는 보약이라고 해서 흙보산 비료라는 그런 제품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이 농약이겠죠. 그런데 북한의 이런 농업 농약 생약 실적이라든지 생산 능력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고 이러한 북한의 농약 제조 설비나 합성 기술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또 독성과 잔류성이 강한 농약을 생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노동신문은 열두 바닥 파기를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에서 국가가 강조하는 정책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기도 하잖아요. 열두 바닥 파기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 차미연 앵커 ▶

1989년 제작된 북한 영화 <이어가는 참된 삶>입니다.

″어쩌다 집에 내려왔으면 어머니 일손을 좀 도와야 할게 아니야? 어? 도움을 못 내겠으면 탄이라도 찍어라″

◀ 차미연 앵커 ▶

대학생 주인공이 어머니를 따라 농촌으로 내려가서 헌신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이 영화에서 농촌의 삶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열두 바닥을 파는 모습 그리고 거름을 싣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영화가 30여 년 전 아주 옛날 영화잖아요.

◀ 김관호 ▶

글쎄요. 저도 뭐 북한에 가보지를 못해서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은 못 합니다만 저 상황하고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저런 열두 바닥이나 저런 비료를 모으지 않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비료 공급이 돼야 되고 그 전에는 비료 공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돼야 되는데 그러한 여건들이 지금 경제난으로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상당히 30년 전의 화면이지만 지금도 그렇게 크게 나아지지는 않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 조충희 ▶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저 영화 봤는데 그 여자 젊은 이제 여자 주인공이 자기 인생 두고 소 똥 밑에 묻힌 인생이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하는데 그 사실 열두 바닥 파서 먹는다는 게 이거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이제 집집마다 농가에서 뭐 백 키로면 백키로 오십 키로면 오십 키로 계획 해당해서 과제를 주거든요. 이거 제대로 못하니까 속이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경영위원회에 있을 때 이런 거 이제 검열하러 다녔거든요. 사실 냄새만 맡아도 다 아는데 속이고 그러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이 열두 바닥 흙이 비료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조충희 ▶

이 열두 바닥에서 나오는 이런 그 물질들에 유기질 무기질 물질이 다 유기물질 무기 물질이 다 있거든요. 북한이 계속 경제 위기다 경제는 난이다, 코로나19로 해서 3년 동안 봉쇄하면서 그러니까 비료나 농약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그런 데로 농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이 열두 바닥의 파기 운동의 사실 이 열두 바닥 파기가 북한 농촌에서는 거의 효자 노릇 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말씀 듣다 보니까 사람으로 치면 비료가 영양제 농약이 병 고치는 약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도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이 거름에 굉장히 의존하던 시대도 있었잖아요.

◀ 김관호 ▶

그렇죠. 저희도 열두 바닥까지는 아니지만 그 열두 바닥의 일부를 비료가 없을 때 사용을 했습니다.

″퇴비의 증산은 농토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토지를 비옥하게 함으로써 체력과 생산량을 높여 식량생산의 근간을 이루고있습니다.″

″울산 제 3비료 공장이 준공되서 우리나라 농업 근대화의 혁명적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김관호 ▶

1960년대 후반 그 화학공업 발전으로 비료공장도 건립하고 또 다수확 품종을 개발함으로써 농업 생산량을 상당히 많이 늘렸고요. 특히 북한이 1990년대 후반 경제난 이후에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상당히 어려웠고 또 비료 생산을 위한 원자재나 또 원료 수입이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에 특히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동률이 상당히 저조하고 특히 김정은 시기 들어와서 2020년도에 순천 린 비료 공장을 완공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생산 실적은 아직 보도된 바가 없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에서 주말 농장 하시는 분들 영양 성분이 좋은 흙을 사서 뿌리기도 하잖아요. 비료가 중요할 텐데 북한의 비료 산업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 김관호 ▶

그 1980년대 이 헥타 당 북한에서 비료 사용량이 전 세계 1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시설 노후라든지 원료 및 연료 부족 그리고 생산 기술 우위 등으로 상당히 감소를 했고요. 특히 이제 비료 공장이 이제 보수도 해야 되고 정비도 해야 되는데 이런 것들이 시설물 노후화되고 상당히 수준이 낮기 때문에 상당히 낮은 산업성을 보유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료 같은 경우에 품질 관리 면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단 한 번도 북한 식량 사정은 풍족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열두 바닥 파기 운동도 그렇고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 김관호 ▶

열두 바닥 파기 운동은 지금 북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지 않을까 지속적인 대북 제재에 있고 북중 무역 폐쇄돼 있었고 상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또 북한 정부는 이 모든 농어촌에 대해서 자력갱생을 해라 농민들의 사상 혁명을 강조를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열두 바닥 파기 운동이 현실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조충희 ▶

종자가 땅에 들어갈 때 그냥 혼자 들어가지 않고 이런 이제 열두 바닥 파기에서 나온 흙들을 다 모아가지고 이렇게 섞거든요. 영양분이 같이 들어가면 얘네가 빨리 자라거든요. 그래서 이제 가뭄 피해도 이겨내는 그런 효과는 확실히 있죠. 일정 정도 도움은 되지만 북한 주민들과 농민들이 언제까지나 계속 열두 바닥만 파고 있을 수는 없고요. 그래서 농사 방법이라든지 품종이라든지 그다음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 기계 이런 것들이 좀 많이 해결돼서 어렵고 힘든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민들도 좀 해방돼야 되지 않냐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 차미연 앵커 ▶

열두 바닥 파기 운동 북한 농촌의 현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농민들의 이런 노고가 없어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도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됐는데요. 농민 여러분들 준비 잘 하시고 올해도 풍년이 들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