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안의 감귤들은 잔잔한 음악을 감상하며 노랗게 변하게 될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서영현/김애란 (이웃 주민)]
″너무 깔끔해요. (너무 잘 해놓으셨네요.) 보통 (농장) 가보면 밑에 풀도 있고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생각보다 되게 깔끔하네요.″
1천 그루 정도 되는 귤나무를 온전히 부부 둘이 키우고 포장해 판매까지 하고 있는 터라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겹지만, 신품종과 친환경 재배기술을 도입해 최고 수준의 당도를 자랑하게 됐고요.
노란 귤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수확기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귤을 따보게 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김복희/′복희네 농장′ 대표(탈북민)]
″3년째 지금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 거죠 저도. 저에게 있어서는 진짜 이게 ′고난의 행군′인 것 같아요. 내가 해보지 못한 걸 선택을 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을 한거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물러날 그런 건 안되고 자기가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하든 그걸 꾸려나가야 되니까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옆에서 너무 도와주는 분들도 많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고″
사업 영역도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겨울이 아닌 여름에 열매가 탐스럽게 맺힌다는 하귤 나무.
제주의 관상용 식물 유카.
향이 매력적이라는 금목수.
활짝 꽃을 피운 능소화 나무에, 수국, 앵두나무, 레몬나무까지.
(어머, 이거 레몬 열린 거에요? 이거?)
″네, 걔는 열린 거죠.″ (너무 예쁘다~)
″얘네가 지금 화분에서 영양이 부족해서 안 달린거죠. 땅에 심으면 화분도 좀 큰 걸로 해야되는데 여기가 지금 뿌리만 있어요. 그래서 옮겨가서 큰 화분에 심든가 아니면 땅에 심든가″
화초를 좋아해 집과 감귤나무 주변에 취미로 심기 시작한 식물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이같은 정원수 판매가 감귤농사 못지 않은 수익을 창출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여기가 장미 제일, 예쁜 거 많이 파셔가지고. 여기 특이한 장미 좀 많이 있어서 이 빨간 거 말고도 많이 있어가지고. (이거 하얀 것도 심을래요~) 아니야, 지금 이거 심고 좀 나중에 나중에″
부모 형제가 있는 이북에서 홀로 넘어와 낯선 한반도의 최남쪽 땅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탈북민 복희씨.
[김복희/′복희네 농장′ 대표]
″지금 나이가 먹고 보니까 가족에 대한 애착심도 많아지고 언젠가 만약에 통일이 되면 부모님이랑 형제들이 와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제주는 그에게 더 이상 낯선 땅이 아닌 또다른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소중한 터전이 되고 있었고, 역시 낯설었던 감귤은 이젠 떼어놓을 수 없는 분신이자, 고향을 향한 그리움, 언젠간 펼쳐보일 미래의 희망입니다.
[김복희/′복희네 농장′ 대표]
″제가 귤을 가져가야죠. 북한 사람들에게 진짜 제주도에서 나오는 한라산 기운을 타고나 자란 귤들이 어떤 맛인지, 진짜 귤맛이 어떤 맛인지 보여주고 싶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