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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통합당 내 '건국절' 주장에 '윤봉길 손녀'의 생각은?

입력 | 2020-06-23 10:31   수정 | 2020-06-23 10:57
통합당 현대사 전문가의 발언 -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 ″저는 국회의원 임기 동안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수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22일 국회에선 이 발언으로 시작된 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발언자는 국사편찬위원 출신의 미래통합당 정경희 의원. 토론회 제목은 ″6·25 전쟁과 한미동맹″이었습니다. 토론회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약 30여 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정경희 의원은 평소 많은 저술과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은 1919년이 아니라 1948년에 건국됐다는 점을 강조해 왔는데요. 정 의원의 최근 저서인,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 (2013년)′, ′대한민국 건국 이야기 1948 (2019년 공저)′ 등의 제목만 봐도 정 의원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 의원은 토론회에서도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세워진지 채 2년도 안된 대한민국은 엄청난 참화를 겪었습니다.″

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전쟁 중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낸 점을 ′담대한 승부수′라고 추켜세웠습니다.

- ″새우와 고래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을 수 있던 건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담대한 외교적 승부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미동맹이 결성됐고, 한미동맹에 힘입어 지난 70년 가까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로 토론회 인사말을 마무리했습니다.

- ″흔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시대에 맞게 고쳐서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고 바꿔 쓰려 합니다.″
정경희 의원 ″거짓이 진실로…거꾸로 된 역사교과서″

정경희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따로 만났습니다. 정 의원은 ″우리 역사 교과서는 거짓이 진실처럼 거꾸로 뒤집혀 있다″면서 ″굉장히 심각한 지경이고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나눈 일문 일답입니다.

Q. 1948년을 대한민국의 ′건국′기점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요?
= 1948년에 나라가 수립됐는데 역사교과서에는 ′정부 수립′이라고 써놨으니까요. 그래놓고 1948년에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됐다고 해요. 북한에 대해서는 국가라고 써놨다니까요. 우리는 정부 수립이고. 교과서가 거꾸로 뒤집힌거죠.

Q. 대한민국 기점을 1919년부터 시작해야 독립운동이 인정되는 것 아닌지요?
= 지금 누구 독립운동을 인정 안하는 사람 있어요? 보훈처에서 다 서훈하잖아요. 그것보다 1919년을 건국으로 보는 건 겉으로는 상해임시정부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거에요. 1948년에 세워진 두 개의 나라 중에 누가 성공했어요? 우리가 성공했잖아요. 1919년부터 시작하면 항일운동이 중심이 되겠죠. 그러면서 저들(?)이 한게 뭐에요? 김구를 제외하고 다 친일파로 몰아 버렸어요. 우리 정부의 정통성이 1919년으로 올라가면 이승만도 친일파고, 결국 김일성으로 정통성이 가는 거에요.

Q. 현재 역사교과서에서 어떤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보시나요?
= 1차 교육과정 당시부터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성립′이라고 쓰다가 지난 2003년 7차 교육과정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6차까진 국정이니까 수립이라고 쓰다가.. 이건 대한민국 지우기를 하는 거에요. 1948년에 우리가 세운 나라를 지워 버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통성을 믿는 거에요.

Q. 이승만의 외교력을 ′담대한 승부수′라고 평가하셨는데요?
= 6·25 전쟁 당시 반공포로 석방은 보통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승만이 국제정치학 박사로서 워낙 미국을 잘 알기 때문에 한거죠. 그런데도 금성교과서는 이승만이 전쟁을 더 하려고 한 거처럼 써놨어요. 이미 북한은 1946년 2월에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라고 정부를 수립해놨어요. 이걸 이승만 박사는 이미 알고 우리도 위원회 같은 걸 만들자고 하신건데, 마치 권력욕으로 대통령되려고 한 것 처럼 몰아가고 있는 건 굉장히 잘못된 거죠. 대한민국을 지우려고 대한민국을 세운 이승만을 깎아 내리려는 시도에요.

Q. 역사를 잊은 ′민족′이라는 표현에서 ′민족′을 ′국민′으로 바꾼 이유는 뭔가요?
= ′우리 민족끼리′라는 건 북한의 구호인데 우리한테도 스며들어 있어요. 우리 민족끼리로 뭘 얻어냈죠? ′우리 민족끼리′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잖아요. ′우리 민족끼리′해서 그럼 우리가 북한같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 수 있나요?
정 의원은 은사였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2년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권유해, 30년간 연구한 ′미국사′ 전공을 포기하고 ′현대사′로 방향을 바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권유로 이번에 정계에 입문했고, 임기 4년동안 역사 바로알기 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우리 역사교과서는 굉장히 심각한 지경이에요. 흔히 말하는 ′국뽕′ 수준까지 와 있어요. 다음 달에도 토론회를 열거에요. 다음 달엔 제헌절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려고 하고요. 8월은 광복절, 9월은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다시 평가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상임위도 교육위원회를 지원했는데요. 교육위에서 제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윤봉길 손녀′ 윤주경 의원의 생각 -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없다″

그런데 정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 방청석에 다소 의외의 인물이 보였습니다. 바로 윤봉길 의사의 손녀이자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미래통합당 윤주경 의원이었습니다.

1919년이 아니라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정 의원의 토론회에서 윤 의원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모두 아시는 것 처럼 윤 의원의 할아버지이신 윤봉길 의사는 1931년 고향인 충남 예산을 떠나 상해임시정부로 갔습니다. 이후 1932년 김구 선생 등과 협의해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도시락 폭탄 의거를 일으켜 시라카와 일본군 대장 등을 처결하신 분입니다. 누구보다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중요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죠.

윤 의원은 토론회 시작부터 40여분간 자리를 지키다 중간에 자리를 떴습니다. 윤 의원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같은 당에서 나온 ′건국절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Q. 이른바 ′건국절′ 주장은 1948년을 기점으로 보는데요?
= 그건 정부 수립이죠. 정부수립 기념일이라고 돼 있는데 뭐..

Q. 그래도 건국절을 주장하는 측은 1919년 상해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기점으로 안보잖아요?
= 저는 솔직한 마음으로 ′건국′이라는 말이 더이상 안나오면 좋겠어요. 왜 5천년 우리 역사를 잊어버리죠?

Q. 그럼 대한민국 정통성은 1919년부터 시작인가요?
= 우리가 독립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5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는 거였잖아요. 임시정부의 최고 가치도 그거였고요. 그렇기 때문에 당당히 독립을 인정하는게 옳다고 세계를 향해 외친 건데.. ′건국′이라는 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민을 더이상 괴롭히지 않으면 좋겠어요.

Q. 같은 당에서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데?
= 그런 주장하는 분은 그 분의 길이 있고, 저는 제 길이 있는 거고요. 저는 국민들 바라보고 가는 수 밖에 없어요. 우리 당도 국민을 바라보고 가야지. 국민을 외면하고 가면 당의 존립이 어렵죠.

Q. 당 내에서 건국절 제정 움직임이 나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안나왔으니까 뭐라고 말 할 수 없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각자 자기 길 가고, 의원으로서 길도 가고. 산업화, 민주화 이룬 역사도 소중하니까요.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나 업적이 아니라 국민이 만들어낸거잖아요.

윤주경 의원 ″독립운동가 위한 역할하겠다″

마침 지난 21일은 윤봉길 의사 탄신 112주년이었습니다.

손녀 윤주경 의원 역시 기념식에 참석했었는데요. 윤 의원이 대화를 마무리하며 남긴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 역사를 잊지 말아야죠. 저도 상해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제 역할을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해나가려고 해요.″

′민족′과 ′국민′의 차이가 있을 뿐.. 정경희, 윤주경, 두 의원 모두 ″역사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는 같은 주장을 폈습니다.

′같은 당 소속의 두 의원이 생각하는 우리 역사는 서로 다른 걸까요? 같은 걸까요?′ 통합당이 이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지만, 기자는 이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