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정인

[서초동M본부] '유령의사'에 아들 잃고 법정 선 어머니…방청석도 눈물 바다

입력 | 2020-05-22 09:54   수정 | 2020-05-22 10:46
어제(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522호.

소법정이라 평소엔 한산하지만 이날 따라 방청객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법정 한 가운데 자리한 증언석에 방청객들의 시선이 모아졌습니다.

증언석에 앉은 한 어머니.

막내 아들을 잃은 어머니 이나금 씨는 눈물로 판사에게 호소했습니다.

′유령의사′들을 처벌해서 다시는 아들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 ′유령의사′ 사건…막내 아들의 마지막 모습

한창 하고 싶은 게 많고 꿈도 많던 스물다섯살 권대희 씨.

지난 2016년 9월, 성형외과에 양악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과다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한달 여 뒤 숨졌습니다.

당시 성형외과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술실에는 기적처럼 CCTV가 남아 있었습니다.

멀쩡하던 아들이 왜 숨져야만 했는지, 어머니는 그 날의 그 끔찍한 CCTV를 500번이나 돌려봐야 했습니다.
[′유령의사′ 사건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등 형사재판 中 / 20.5.21]

이나금 (고 권대희 씨 어머니) :
″천금같은 자식이 죽었는데 자식이 죽어가는 CCTV를 봐야하잖아요. 너무 무섭고...″

CCTV를 본 어머니는 까무러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장모씨가 수술 도중 아들을 내버려두고 수술실을 떠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드러났습니다.

아들이 남겨진 수술실.

한 술 더 떠 간호조무사는 피가 흐르는데도 지혈을 하는둥 마는둥 휴대폰을 만지고 화장까지 고치는 충격적인 모습이 CCTV에 너무도 적나라하게 담겼습니다.

[′유령의사′ 사건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등 형사재판 中 / 20.5.21]

″눈 한 번 못 맞추고 보냈습니다.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고 보냈습니다...의료진들이...저게 피인데...수술대에 누워 있는데 의료진들이 웃고 있었습니다. 저 모습을 보고 제가 억장이 무너지고 한이 맺혔습니다.″

#. ″동물 수술도 이렇게 안 할 겁니다″

왜 담당 의사는 대희 씨의 수술이 끝나기도 전에 수술실을 떠났던 걸까?

[′유령의사′ 사건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등 형사재판 中 / 20.5.21]

″우리 아이가 (수술 받을 때) 수술실 동시에 3개를 열어놓고 다른 방에 두 명을 수술하고 있었던 거예요. 전 세계상에 수술실을 3,4개 열어놓고 동물 수술도 아니고 사람 수술을 그렇게 하는 데는 없다고 봅니다.″

동시에 여러 수술방을 오갔던 담당 의사.

억장이 무너졌지만, 사과 한 번 없었습니다.

[′유령의사′ 사건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등 형사재판 中 / 20.5.21]

검사 :
″피고인들이 사고 이후에 권대희 씨 사망과 관련해 사과했나요?″

이나금 (고 권대희 씨 어머니) :
″사과 한 번 받고 싶었습니다. 진정으로 사과했으면 소송 중이어도 관용을 베풀 수 있었습니다. 수사관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반성하는 기미가 있느냐고. 소송이 너무 힘들어서...수사관들이 너무 죄질이 안 좋아서 구속영장 칠 거라고 그랬었습니다.″

어머니는 막내 아들의 사망 사고 후에도 이 병원이 ′14년 무사고′를 광고하며 영업했다며, 제대로 처벌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유령의사′ 사건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등 형사재판 中 / 20.5.21]

″우리 아이가 본인의 억울함도 풀지만 다른 사람들 피해 당하지 않게 하려고 CCTV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님께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셔서...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소원입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호소가 이어졌고, 방청석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법정에 서기까지 5년…

[′유령의사′ 사건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등 형사재판 中 / 20.5.21]

검사 :
″유족의 심경은 어떻습니까?″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나금 (고 권대희 씨 어머니) :
″사고가 나고. CCTV도 있는데 5년째가 되도 해결이 된 게 없습니다. 저는 모든 걸 포기하고 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잠도 자지도 않고 이러고 있는데, 우리 아이를 죽인 의료진들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기 할 일 다 하고 있으니까요.″

성형외과 원장 장 씨 등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환자에 대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던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는 빠졌습니다.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가 인정되면 의사 면허를 정지하고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정지하거나 취소시킬 수 있어 실질적으로 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경찰에서 2년 가까이 수사한 끝에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까지 넣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재판에 넘길 때 이 혐의가 빠진 겁니다.

유족들은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도 기소해야 한다며, 마지막 문제 제기 절차인 재정신청을 법원에 접수했습니다.

죗값에 걸맞은 처벌 가능성은 일단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11일 오후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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