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4 10:01 수정 | 2020-07-04 10:09
[정경심 동양대 교수 21차 공판]
#. 동양대 조교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
동양대 조교인 김 모 씨는 지난 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에 다시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조교 김 씨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PC가 있던 동양대 강사휴게실을 관리하는 직원입니다.
김 씨는 3월 25일 처음 증인으로 나와 PC 두 대를 임의 제출하는 과정 등에 대해 진술했었는데요,
이틀 뒤인 3월 27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법정에서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며 다소 충격적인 발언들을 내놓았습니다.
PC를 임의 제출하는 과정에서 보관 경위를 설명하는 진술서를 썼는데 자신의 생각과 달랐지만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는 겁니다.
이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재판부는 지난 20차 속행 공판에서 김 씨를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한 겁니다.
#. ″징계 줄까 두려웠다″…실제 진술 내용은?
다시 재판정에 선 김 씨는 자필 진술서 내용은 자신의 실제 진술과 달랐다는 견해를 이어갔습니다.
먼저 김 씨의 자필 진술서 내용을 볼까요?
[김 모 씨 자필 진술서]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는 전임자로부터 퇴직자가 두고 간 거라고 3월 1일 날 인수 인계 받았습니다. 그래서 3월에 임용받자마자 확인하였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 측에 바로 반납했어야 했는데 잊고 반납하지 않았습니다. 자발적으로 컴퓨터 2대를 임의 제출하였습니다. 이상의 진술은 사실입니다.″
김 씨는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말했지만 검찰이 ′인수 인계받았다′로 쓰라고 했고 ′존재만 확인하고 그대로 두었다′는 진술은 ′임용받자마자 확인하고 가지고 있었다′로 쓰게 했다는 겁니다.
또 교수 30명을 넘게 관리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반납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검사가 ′바로 반납했어야 했는데 잊고 반납하지 않았다′라고 쓰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다르고 ′어′다른데 아닌 것 같다″며 검사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검사가 행정지원처장 앞에서 ″관리자가 관리도 못하고 징계줘야겠다″고 해 신분상 불이익이 두려워 결국 불러주는 대로 썼다는 겁니다.
[2020년 7월 2일 정경심 21차 공판 中]
변호인 : 검사가 증인에게 ′얘 징계 줘야겠네. 관리자가 관리도 못하고′라고 말해서 증인이 겁을 먹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을 말하는 겁니까?
증인 : 징계를 주신다고 하셔서 ′아, 나 이러다가 징계 맞겠구나!′ 그래서 불러주시는 대로 쓴 겁니다.
이후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검사가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냐′고 물어 ′좀 강압적이었다′고 답했지만, 검사는 ′장난′이라고 웃고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7월 2일 정경심 21차 공판 中]
변호인 : (검사가) ″우리가 강압적으로 했냐?″ 해서 ″′그때 키작고 그런 분이 징계줘야겠다′이렇게 얘기해서 솔직히 좀 무섭고 강압을 느꼈다″고 하니 (검사가) ″에이, 그거 장난이잖아요″라고 말했다는데 맞습니까?
증인 : 네
또 자신은 지난해 9월 10일에 진행된 동양대 PC 두 대에 대한 검찰 제출 과정이 임의 제출이 아닌 압수수색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또다른 증인의 상반된 진술에 ′울먹′
하지만 동양대 PC 제출 현장에 함께 있던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정 모 씨는 다소 다른 뉘앙스의 진술을 했습니다.
당시 자필 진술서 등을 함께 썼지만 김 씨가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말하자 검사가 징계를 언급하는 걸 듣지 못했고,
진술서 등을 처음 쓰는 김 씨가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자 검사가 가르쳐준 것 뿐이라는 겁니다.
[2020년 7월 2일 정경심 21차 공판 中]
변호인 : 정확히 진술서 쓰는 과정에서 김 조교가 물어보니 답변을 했단 말인가요? 김 조교가 스스로 못 쓰고 어떻게 쓰면 좋은가요? 라고 물어서 검사가 불러줘서 썼다는 건가요?
행정지원처장 : 네, 그렇습니다.
또 검사가 강사휴게실 PC 두 대를 임의 제출해달라고 한 사실도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씨의 신문 내용을 들은 김 씨는 자신의 기억과 다르다며 한숨을 쉬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 논란이 된 이유…위법 수집 증거 되나?
김 씨의 실제 진술과 검사가 쓰게 했다는 진술서 내용.
사실 언뜻 보면 내용상 차이는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재판부가 김 씨와 정 씨를 두 번이나 증인으로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 교수 측은 동양대 PC가 학교 소유가 아니며 조교인 김 씨가 이 PC를 임의 제출할 지위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이 인정될 경우 ′총장 직인 파일′이라는 핵심적 증거를 담은 강사 휴게실 PC는 위법수집증거가 돼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반대로 검찰 측은 이 증거가 적법한 임의 제출 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임을 주장하는 것이지요.
진술서에 쓰인 ′인수인계′, ′가지고 있다′, ′반납했어야 하는데 잊고 반납 못했다′는 표현은 암묵적으로 해당 PC들을 학교 소유물로 보고 조교 김 씨를 관리자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두로 전달받았다′, ′확인하고 두었다′, ′바빠서 반납 못 했다′는 진술들은 학교에서 쓰는 브랜드와 다른 브랜드인 강사휴게실 PC가 개인 소유일 가능성과 이에 따라 김 씨의 임의제출 행위가 적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합니다.
[2020년 7월 2일 정경심 21차 공판 中]
변호인 : 이 부분이 증인 생각과 다르다 생각하는 이유는 이 컴퓨터가 과연 개인 소유인지 학교 소유인지 확인한 후에 반납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확인 안 돼서 ′반납하면 안 된다′ 머릿속 생각해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한 거죠?
증인 : 네
변호인 : 아까 삼성(PC)은 학교 물품이고 아수스(PC)는 아니다는 것을 알아서 반납해야 하는 물건인지 아닌지 증인은 확신하지 못한 상태이죠?
증인 : 네
변호인 : PC 두 대를 임의 제출할 수 있는 지위 있다 생각하나요?
증인 : 지난번 말한 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