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진주
′괴물인가 구세주인가′…日도쿄도지사 과거 폭로한 책 선풍적 인기
요즘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여제(女帝) 고이케 유리코′.
지난달 29일, 문예춘추에서 발간된 이 책의 표지에는 ′구세주인가 괴물인가. 그녀의 참모습′이란 부제가 적혀 있습니다.
논픽션 작가인 이시이 다에코가 약 3년 반에 걸쳐 고이케 유리코(68) 도쿄도지사를 아는 인물 100 여명을 인터뷰해 쓴 책으로 잘 나가던 방송앵커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고이케 지사의 다양한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카이로 대학 학력위조 의혹′ 등 고이케 지사로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내용도 상당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논픽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출판된 지 2주 만에 15만부 이상 팔렸습니다. 이미 5판 인쇄까지 찍었는데, 인터넷서점인 ′아마존′ 등에선 매진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는 누구?
지난 12일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다음달 5일 치뤄지는 도쿄지사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권 자민당이 당내 실력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후보로 내지 않기로 하면서 일본 대부분의 언론들은 고이케 지사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세습 정치인이 많은 일본 정치계에서 다소 특이한 이력으로 승부를 해 온 인물입니다.
20대 때 아랍어를 공부하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이집트로 유학을 떠난게 특이한 이력의 대표적 사례인데요.
당시 “유엔 공용어에 아랍어가 추가될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아랍어를 배우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 대학을 졸업한 뒤 아랍어 통역사로 활동했는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 및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인터뷰 통역과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일본 민영방송인 TV 도쿄에 취직해, 메인뉴스 앵커로 일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고, 지난 1992년, 일본신당 소속으로 참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정치 입문에 성공합니다.
지난 2007년 자민당에서 한국 국방장관 격인 첫 여성 방위상을, 2010년엔 첫 여성 3역(총무회장) 등으로 승승장구해 왔습니다.
2016년 아베 신조 총리와의 불화 끝에 자민당을 탈당하면서 위기가 오는 듯도 했지만 도쿄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오히려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은 한단계 더 도약했습니다.
힘 없고 약한(?) 여성이 거대 파벌인 집권 거대 여당 자민당과 싸우며 ′썩은 정치판을 바꾸는 희망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굳히는데 성공한거죠.
코로나 딛고 내친김에 첫 여성 총리까지?
일본 내 코로나19 정국도 고이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이른바 ′오버슈트overshoot·폭발적인 확산)와 클러스터를 경고하며, 도쿄도 봉쇄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아베 정권보다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인거죠.
또 일본 정부의 코로나 감염 확산 방지 캠페인인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의 일본어 발음인 ″미츠(3개)노 미츠(密)″를 자신의 전용 유행어로 만드는 감각도 발휘했습니다.
또 다른 유행어인 ″미츠데스(密입니다)″는 그의 캐릭터를 본 따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졌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도 올라갔습니다.
그 덕에 최근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어떤 정치인이 코로나에 잘 대처했느냐′는 여론 조사에서도 아베 총리에 앞선 2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 3위는 아베 신조 총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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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youtube.com/watch?v=7oEf_HmcOp4
과거 행적 담긴 책에 발목 잡힐까?…′학력 위조′ 의혹 재점화
고이케 지사는 자신의 저서와 인터뷰 등에서 ′1976년 10월 이집트 카이로대 문학부 졸업′을 자신의 학력으로 밝혀왔는데, 선거 기간마다 늘 ′가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2016년 한 민영방송이 ″고이케가 공개한 카이로대 졸업증서는 가짜″라고 폭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데 이어 최근 주간지인 슈칸분슌(週刊文春)도 학력 위주 의혹을 다시 제기했습니다.
지난 3일 도쿄도 본회의에서도 학력 위조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카이로대 졸업 증명서를 계속 공개해 왔다″고 주장했을 뿐, 실제 졸업증명서 실물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다 보니 최근 ′여제(女帝) 고이케′가 출간되면서 학력 위조논란이 다시 재점화 된 양상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고이케 지사가 카이로에 유학하던 당시, 한 방에 함께 살던 한 일본인 여성을 현지 취재해 유학 당시 행적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고이케 지사는 카이로대 입학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랍어 공부도 거의 하지 않고 일본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데 열중했으며, 당시 무역업체를 운영하며 이집트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던 아버지의 힘으로 카이로대에 곧 입학할 수 있을거라고 장담했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이러한 책 내용과는 별도로, 도쿄도에 사는 한 남성이 지난 9일, 학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도쿄지검에 고이케 지사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또 검사 출신인 고하라 노부오 변호사 등도 기자회견을 갖고 ″고이케 지사가 학력을 위조해 선거 홍보물을 만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항 공표죄에 해당한다″며 학력 위조 의혹을 정면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는? 혐한 성향 평가
한일 관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혐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내 최대 극우단체인 ′일본 회의′ 소속인데, 지난 2016년 도지사 출마 당시 도쿄의 제2 한국학교 부지 유상대여 방침을 백지화하는 선거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또 지사에 취임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간토(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밖에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한 경력이 있고 지난 2007년 아베 내각에서는 총리 보좌관(국가안전보장 담당)으로 일하던 당시, ′위안부 결의안′ 채택 저지 로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평양 올림픽으로 깎아내리거나,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를 주장하는 등 극우적 성향을 보여왔습니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방위상), 첫 여성 도지사를 지내면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을 차례로 깨뜨려온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고이케 도쿄도지사..
아베와 대척점에 서서 자신의 주가를 한껏 높이며 존재감을 과시하곤 있지만, 한국으로선 고이케의 급부상이 달갑진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