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목표는 성장 흐름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크게 주춤했던 경제는 올해 회복세를 보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4%를 기록하는 걸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운용과 경기 보완조치를 통해 내년에도 성장률 3.1%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했습니다.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보단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소비·투자·수출이 고르게 늘면서 개선 흐름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소비 회복을 돕기 위한 유인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년에 올해보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5% 늘리면 최대 100만 원을 추가로 소득공제 받게 됩니다. 전통시장에서 돈을 더 쓰면 100만 원 한도로 최대 20%까지 소득공제를 더 받게 하고, 5월엔 지역사랑 상품권, 온누리 상품권 구매 한도를 100만 원까지 높이기로 했습니다.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고 5천 달러로 설정된 국내 면세점 구매 한도는 아예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투자는 공공기관, 민자사업, 기업에 총 115조 원 규모로 이뤄집니다. 정부는 국가핵심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배터리 등 분야의 65개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세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수출 기업들에 261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물류 문제 해소를 위해 임시선박 투입, 수출화물 임시보관 장소 확충 등 수출 인프라를 보강합니다.
성장과 물가안정은 한꺼번에 잡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에 비유되곤 합니다. 정부는 소비 회복을 꾀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잡겠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숙제입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 9년 만에 2%를 넘었습니다. 국제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 병목현상이 길어지면서 물가 상승은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내년에도 2.2%, 그러니까 2%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물가상승압력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당장 1분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발전 공기업들의 적자를 감수하고 일단 물가부터 잡자는 겁니다. 내년 4월까지인 유류세 인하조치는 연장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에 대해 세액감면율을 높여주기로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3) 부동산 공급확대‥착한 임대인엔 세금혜택</strong>
물가를 자극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임대차 시장입니다. 내년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는 이른바 ′상생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내년에 전·월세 계약을 이전 대비 5% 이내로 올린 뒤 2년간 유지하는 임대인에겐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위한 실거주 요건 1년을 채운 걸로 인정해주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집주인에게 해당하진 않습니다. 1가구 1주택 보유자이고 집값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여야 하며 오늘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계약분에만 적용됩니다.
부동산 수급계획도 추가됐습니다. 6만 2천 호로 예정된 2022년 사전청약 물량을 6만 8천 호로 늘리고 공실 임대를 활용한 전세형 주택 등 애초 계획한 3만 9천 가구에서 4만 4천 가구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겐 35조 8천억 원 규모로 최저 연 1% 금리의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미용업, 돌잔치전문점, 키즈카페 등 90여만 곳이 추가로 손실보상 대상에 들게 됐고 손실 보상 하한액도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숙박업, 실외 체육시설 등은 여전히 손실보상 대상이 아니어서 저리 대출이나 금리 감면 등 간접적인 지원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5) 더 높어지는 대출 문턱</strong>
높아진 대출 문턱, 내년엔 더 높아집니다. 일단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강화됩니다. 내년 1월부턴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7월부턴 1억 원을 넘으면 DSR 규제를 받게 됩니다. 대출자가 1년 동안 내는 원리금과 이자의 합이 연봉의 40%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강력한 대출규제 제도입니다. 1845조 원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에 대해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총량규제를 계속합니다.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4에서 5%대로 관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미국 금리 인상, 국내에선 대선이 변수></strong>
코로나 19 재확산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등장이 반복되는 만큼 내년에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보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돈줄을 조이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주(15일) 자산매입축소가 끝나는 일정을 내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기겠다고 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점도표를 보면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3번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6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렸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돈을 풀었던 나라들이 긴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트는 겁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이미 두 차례 기준 금리를 올려 1%로 만들어놨는데 내년 초에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됩니다.
국내에선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새 대통령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경제정책 방향을 새로 짠다면 오늘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은 석 달짜리 계획표에 그칠지도 모릅니다. 일자리 창출, 부동산 안정, 물가 안정 등 진영을 막론하고 공통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들이 우선순위로 유지되겠지만 구체적인 방법들은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