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동훈
군 내 코로나19 예방적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급식 논란과 관련해 군 당국이 민간조리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격리 장병들에 대한 별도 도시락 준비까지 하느라 조리병들의 업무가 더욱 과중돼 결국 부실 급식으로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민간조리원 수를 30~4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중노동에 시달려 왔는데, 최근 부실급식 사태가 불거지면서 애꿎은 조리병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앞서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군대 조리병들 증원이 절실합니다. 조리병들에게 매 주 하루라도 휴일을 보장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신규 채용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민간조리원 수는 지금보다 최대 900여명 정도가 늘어나게 되고, 기존에 민간조리원이 배치돼 있는 부대에 추가 배치됩니다.
현재 군부대에서 근무 중인 민간조리원 규모는 2천200여명 정도로, 병력 80~300명 당 1명의 민간 조리원이 배치돼 있습니다.
신규 채용에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약 120억원 정도로, 국방부는 올해 이미 확보해둔 예산 중불용예산 등을 활용해 하반기부터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군은 또, 가능한 부대를 중심으로 조리병 수를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병력 편제가 전투와 대비태세 위주로 돼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부대가 조리병 수를 당장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육해공군 병력 55만여명 가운데 조리병은 약 1.6% 수준인 9천여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도 육군의 경우 취사병 1명이 매일 적게는 75인분에서 많게는 110인분을 조리하는 구조로, 조리병 수가 해·공군의 절반 수준입니다.
군은 이 밖에도 조리병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척·절단·탈피 등 작업이 완료된 반가공 농산물 및 가공식품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선 부대 한 간부는 ″조리병들이 감자가 들어가는 급식을 준비하는 날에는 감자 껍질을 벗기느라 새벽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며 고충을 전했습니다.
육군은 이와 별개로 규모가 큰 부대를 중심으로 간부식당은 민간에 위탁운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대부분 부대에서 간부식당도 병사들과 동일한 메뉴의 병식을 먹고 있지만 공간이 분리돼 있습니다.
때문에 조리병들이 병사식당에서 조리 후 간부식당까지 급식을 옮겨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인력운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식사 후 회수·잔반 정리 등도 조리병의 몫입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간부 식당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병사들이 간부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불편해 하기 때문에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국방부는 급식 질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급식 예산도 늘리기로 했습니다.
장병 1인당 급식예산을 현재 8천790원보다 약 25.1% 늘어난 1만1천원으로 인상하기로 한 겁니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 7일 급식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할 당시 밝힌 1만500원, 19.5% 인상 계획 보다도 조금 더 늘어난 금액입니다.
영양 측면은 물론 반가공 농산물 공급 증가 등 조리병들의 조리 편의성 향상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1천 원까지는 급식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5년간 군 급식예산 증가 폭은 2∼6% 정도로, 한 번에 25% 이상 인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