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style=″font-family:none;″>- 신도시 개발 6개월 전 구입한 맹지, 금싸라기 땅이 되다</b>
<b style=″font-family:none;″>- “정보를 줄 테니 투자금액 지분도 내게 달라” LH 직원에게 정보는 곧 ‘돈’이었다</b>
<b style=″font-family:none;″>- LH 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 20일, 발의된 법안만 최소 41개</b>
지난 2월 24일, 광명시흥지구가 여섯 번째 3기 신도시 개발지구로 지정됐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2일, 광명시흥지구를 비롯해 3기 신도시 개발 지구와 관련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처음 제기한 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이들에 따르면 LH 직원 10여 명이 광명시흥지구 일대에서만 100억 원대의 땅을 매입했다. 직원들이 매입한 땅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지 않은 맹지였다.
LH 직원들이 손 댄 자리는 곧 값이 뛰었다. 땅을 매입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신도시 개발지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최근 1~2년 사이 (평당) 100만 원 이상 올랐다”며 “사무실에 LH 직원들도 왔었다”고 말했다. 광명시흥지구를 포함해 고양 창릉지구, 남양주 왕숙지구 등 3기 신도시 개발 지구의 토지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정부의 신도시 개발 발표 6개월에서 1년 전 집중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소유자가 LH 직원들로 확인된 토지들에서 드러난 의심스러운 정황들. 도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땅을 매입한 것은, 이미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자는 “맹지를 산 건 (그 지역에) 수용사업(개발사업)을 할 거라고 본 것”이라며 “그럴 땐 맹지든 도로변 땅이든 예상가보다 싸게만 사면 된다”고 말했다. “지정 전후 가격이 계단식으로 확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
LH 직원들은 업무상 각종 토지 개발 정보로부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정보를 적극 활용했다. “많은 LH 직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계모임 하듯 돈을 모아서 샀단 말이에요.” 김남근 변호사의 말처럼, 토지 거래 내역 상당수에서 LH 직원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명시흥지구 토지의 경우 세 필지를 LH 직원 다섯 명과 직원 가족 두 명 등 총 일곱 명이 공동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
보안이 유지돼야 할 정보가 내부망을 넘기도 했다. LH 직원이 시중 부동산 전문가에게 공동 투자까지 제안한 것. 제안을 받았던 이에 따르면, 해당 LH 직원은 “(토지 개발)정보를 줄 테니, 투자 금액에 대한 지분도 달라”며, “다른 데는 비밀로 하고 1/2씩 투자하자”고 했다. 정부의 발표 전 LH에서 고양창릉지구의 도면이 유출됐던 게 불과 3년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정보는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고 있었던 셈이다.
“부동산 하다 보면 바로 직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있죠? 이 사람들이 저도 궁금하기는 해요.” 부동산 업자들도 알 수 없다는 개발 정보를 알고 모여든 외지인들. 주민들은 본인 땅의 미래가치를 알지 못한 채 이들에게 헐값에 땅을 팔고 만다. 개발지구 인근 한 주민은 “(개발이 될 거란 걸) 알았으면 판 사람도 (당시에) 팔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지역 개발의 이득은 엉뚱한 타지인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LH와 국토부 직원, 퇴직한 사람들, 공직자. 정보를 갖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거예요.”
정부는 사건이 불거진 후 즉각 합동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했다. 11일과 19일, 2차에 걸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입법부도 첫 고발 이후 지금까지 20일 만에 최소 41개의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연루된 내부자들의 조사 및 수사는 속속 진행 중이고 법안은 쏟아지고 있지만, 한 번 뚫린 구멍은 언제 막힐 것인가. PD수첩 ‘LH와 투기연대기’는 오늘(23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