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스트레이트팀

죽음 뒤 드러난 '괴롭힘'…MBC 스트레이트,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집중보도

입력 | 2021-07-11 21:01   수정 | 2021-07-11 21:02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계속되는 죽음</strong>

MBC 스트레이트가 끊이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달 경북 포항의 포스코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40대 여성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입사한 지 두 달째였던 49살 김 모 씨는 유서에서, 살고 싶어서 입사해 일을 했는데 관리자들이 자신을 무시해 너무나 힘들고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숨지기 직전 친한 동료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직장에서 당한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울먹였다. 특정 신체부위를 언급하는 성희롱 피해까지 당한 뒤에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배 모 씨도 직장상사가 수시로 자신을 무시하고 직원들이 모두 듣는 ′무전′을 통해서 망신주기식 발언을 했다고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직장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 모 씨의 경우 과중해진 업무에 관리자의 갑질이 더해져 과로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관리자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서울대 기숙사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쓰고, 건물 준공연도를 묻는 등의 시험을 보게했다.

네이버 직원의 죽음 이후, 사회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갑질 시달리는 노동자들</strong>

스트레이트 취재에 따르면, 대리운전 콜을 취소해달라고 하자 대뜸 욕설을 퍼붓는 대리운전업체 사장, 아버지 벌 경비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하는 입주민…대리기사, 경비원, 특수고용직 등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일을 하며 수시로 욕설과 폭언,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생계 걱정 때문에 문제제기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갑질 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인격과 학력을 비하하는 모욕적인 발언과 욕설, 폭언을 당했다는 제보가 지금도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부쩍 늘어난 IT, 플랫폼 기업 내 괴롭힘 신고</strong>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IT 플랫폼 기업은 어떨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 플랫폼 기업 개발책임자는 입사 1년 만에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영입돼 1년여 동안 사실상 휴일이 없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어느 날 출근길 운전도중 갑자기 무언가에 부딪힐 것 같은 극도의 불안감을 경험했다. 처음 느껴보는 공포감에 병원을 찾았더니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이 개발자는 회사로부터 퇴사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입사한 지 2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연구해온 사회혁신 R&D연구소 이노소셜랩의 주미옥 박사는 ″최근 IT 플랫폼 기업들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조직관리 면에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호르몬까지 고갈…목숨 위협하는 직장 스트레스</strong>

스트레이트는 유명 게임회사와, 국내 굴지의 IT 회사에서 10년 이상 일한 3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대 목동병원 의료진의 협조를 받아 48시간동안 스트레스 상태를 검사했다.

3사람 모두,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또는 과중한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인 ′콜티졸′이 48시간 동안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했는데, 검사 대상자들 모두 이상하게도 콜티졸이 거의 측정되지 않았다.

이대 목동병원 정우철 교수는 ″워낙 장기간 동안 스트레스에 노출돼 검사 대상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이미 소진돼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사 대상자들 모두 취침시간에 혈압이 정상적으로 떨어지지 않아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정 교수는 검사 대상자들의 경우, 지금과 같은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뇌질환과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직장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2년, 하지만 이 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 가량은 아예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형사 처벌은 사업자, 즉 회사 대표에게만, 그것도 피해를 신고한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주미옥 박사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함께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법을 강화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