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빨리 세상에 나온 건우 군은 스스로 숨을 쉴 수가 없어 울지도 않았습니다.
24주 6일 만에 엄마 뱃속을 빠져나와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포가 완전히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생 당시 키는 23.5cm.
어른 손바닥보다도 작고 여려, 출생 당시 생존 확률은 1%에 불과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생존 확률 1% 미만, 몸무게 288g 초미숙아</strong>
처음에는 심장도 뛰지 않았습니다.
기관지로 호흡을 도와주는 약물을 투여하고 나서야 그 작은 심장이 겨우 뛰었습니다.
병원은 바빠졌습니다.
건우는 아산병원의 어린이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의료기기 튜브보다도 작고 가는 손발을 꿈틀거리는 건우에게, 신생아팀 의료진은 ′팔팔이(882)′라는 애칭을 붙여줬습니다.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 ′288g′을 거꾸로 한, 건강하고 팔팔해지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의료진과 건우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요.
생후 80일쯤.
건우가 인공호흡기를 뗐습니다.
체중도 1kg을 넘었습니다.
생후 4개월에는 집중치료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5개월에는 체중이 2kg을 넘어섰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생후 한 달쯤에는 심장이 갑자기 멎는 절체절명의 순간도 있었고, 태어날 때부터 앓은 폐동맥 고혈압과 미숙아 망막증 치료도 버텨야 했습니다.
퇴원 전에는 탈장이 일어나 수술도 받아야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선물 같은 아이″ 건우, 기적을 일으키다.</strong>
그렇게 153일이 지났습니다.
체중 288g, 키 23.5cm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건우는 집중 치료 끝에 합병증 없이 지난 3일 퇴원했습니다.
국내에서 보고된 가장 작은 아기, 생존 확률이 1%도 채 되지 않던 ′288g 건우′가 기적을 만들어낸 겁니다.
건우 엄마 38살 이서은 씨는 건우가, ″결혼 6년 만에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라고 말합니다.
또 ″건강한 건우를 안을 수 있게 돼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은 건우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운영하는 미숙아 명단 사이트에는 400g 미만으로 태어났지만 꿋꿋이 살아남은 286명의 미숙아가 있습니다.
288g으로 태어난 건우도 사이트에 등록될 예정인데, 전 세계에서 32번째로 작은 미숙아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우의 주치의였던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는 ″합병증 없이 무탈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며 ″건우를 보며 미숙아를 가진 많은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건우, 이른둥이 부모에게 ′희망′ 선물</strong>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 미만 미숙아 수는 3천여 명.
미숙아는 폐가 발달하지 않아 출생 직후부터 호흡이 어렵고 장염, 패혈증, 미숙아 망막증 등 합병증의 위험이 커 생존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신생아 집중치료가 가능한 서울 아산병원에서도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500g도 안 되는 초미숙아 19명 가운데 무사히 성장해 퇴원한 아기는 11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