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현경

[World Now]영국 필립공은 누구?…그리스 왕자 내려놓고 '74년 외조'

입력 | 2021-04-10 05:17   수정 | 2021-04-10 14:51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9세로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에 세계 각국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그리스 왕자로 태어나 영국해군사관학교 시절 여왕 만나…26세에 결혼해 ′외길 외조′</strong>

버킹엄궁은 현지시간 9일 성명을 내고 필립공이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습니다.

필립공은 1921년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인 안드레아스와 왕자비 바텐베르크의 공녀 앨리스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났을 당시 그리스 왕위계승 서열 2위였지만 큰아버지인 콘스탄티노스 1세가 퇴위하면서 그의 일가에도 추방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1922년 프랑스로 갔다가 1928년 다시 영국으로 건너갔고, 이후 영국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내내 영국에서 성장했습니다.

1939년 생도 시절 해군사관학교 시찰을 나온 당시 14세이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안내하면서 처음 만났고, 이후 7년 동안 서신을 교환하며 사랑을 키우다가 결혼을 위해 그리스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고 영국인으로 귀화했습니다.

1947년 결혼한 이후 74년간 한결같이 ′퍼스트젠틀맨′으로서 여왕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는 공식석상에선 여왕과 나란히 걸을 수 없어 항상 뒤를 따랐습니다.

그는 올해 2월 감염증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가 심장수술까지 받고 약 4주만인 지난달 중순 퇴원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필립공은 지난 2017년 왕실 공식 업무에서 은퇴했고, 여왕과의 슬하에 찰스 왕세자를 포함해 자녀 4명과 윌리엄 왕자 등 손주 8명, 증손주 10명을 두었습니다.

그는 여왕과 결혼하며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 지위와 해군 경력 등을 모두 내려놨으며 1953년 여왕이 즉위한 이후 정치적 사회적 격변을 모두 함께 헤쳐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필립공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해군 장교로 영국 왕실 현대화를 도운 여왕의 충성스러운 배우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여왕은 결혼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그는 모든 세월 동안 나의 힘이었고 의지처였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즉흥적인 성격에 실언으로 구설 오르기도‥말년엔 교통사고로 ′물의′</strong>

물론 그가 한결같이 존경만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필립공은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성격, 실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동양인이나 아프리카, 인도 등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부적절한 농담을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2년 전에는 안전벨트도 매지 않은 채 자동차를 몰다가 교통사고를 내 운전면허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필립공은 1985년 국제승마협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했었고, 이후 1999년 고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자베스 2세가 방한할 때에도 함께 한국을 찾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바이든·푸틴부터 왕실 드라마 ′더 크라운′ 제작진까지…전세계 애도 물결</strong>

호주, 인도, 몰타 등 과거 영국이 식민지로 삼았던 국가들이 주축을 이룬 영연방 회원국과 한때 한 지붕을 공유한 유럽연합 등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잇달았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영연방 가족은 필립공을 잃은 슬픔과 그의 삶에 감사를 함께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뛰어난 군 복무 경력을 갖고 있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선봉에 섰다″며 필립공의 업적을 기렸고, EU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매우 슬픈 날″이라며 ″여왕 폐하와 왕실, 영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고 싶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밖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리페 6세 스페인 국왕,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그의 헌신과 봉사를 기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들도 필립공을 추도하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복무부터, 대중의 눈에 비친 전 생애까지 필립공은 영국, 영연방 그리고 그의 가족을 위해 기꺼이 헌신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영국 왕실 이야기를 다루며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제작진도 필립공의 별세를 애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해리 왕자, 장례식 참석…마클은 둘째 출산 앞둬 불확실</strong>

영국 왕실에서 독립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해리 할아버지인 필립공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우자 메건 마클은 초여름에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장례식 참석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뉴욕포스트와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난달 방송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 등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킨 해리 왕자 부부의 장례식 참석 여부에 대해 영국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해리 부부가 인종차별 폭로 인터뷰를 할 당시 필립공은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이들 부부는 당시 영국 언론들로부터 인터뷰를 한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소식통은 ″해리는 할아버지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며 ″그는 다른 왕실 가족과의 관계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마클은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영국까지 12시간 가까이 비행을 해야 하는데 의사의 소견과 항공사의 지침에 달려있다″며 ″비행기 여행이 안전한지에 대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설립한 자선단체 ′아치웰′ 홈페이지에 ″에딘버러 공작의 봉사에 감사하고, 매우 그리울 것″이라는 추모의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