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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보복 없다더니…미군 도왔다고 사형?

입력 | 2021-08-24 11:52   수정 | 2021-08-24 12:00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신의 뜻에 따라 사형″..미국인 도운 혐의로 ′사형 통지문′</strong>

#1.
″우리 무자헤딘 보고에 따르면, 당신은 미국인들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신은 또한 미군 통역사로 일한 형제에게 안전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오는 월요일 심리가 열릴 예정이니 법정에 나오시오.″

#2.
″당신은 무자헤딘의 경고를 무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양 침입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할지라도 당신에겐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3.
당신은 침략자들에 대한 맹종을 멈추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재판 출석 요구도 무시했습니다. 샤리아 고등 법원은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이것은 마지막 판결입니다. 당신은 이를 선택했으며, 당신의 죽음은 신의 뜻입니다.

CNN방송이 입수한 세 통의 통지문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에 협력했던 통역사의 가족에게 차례로 보낸 것입니다.

CNN은 보복 위험을 우려해 통지문을 받은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았지만, 과거 해당 통역과 함께 활동한 전직 미군에게서 이러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군 조력자들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했지만 곳곳에서 보복적 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집 대문에 ′X′자 스프레이 표시</strong>

이런 가운데, 미국 대사관 현지인 직원들은 탈레반이 자신의 집에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뒀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과거 탈레반이 추가 심문을 위해 식별용으로 사용하던 수법인데요. 이 직원의 가족은 도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공항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직원들이 해를 당할 것을 우려해 지난 18일 대사관에 근무하던 아프간인들에게 국외 대피를 위해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과 대화를 통해 미국인은 물론 적법한 서류를 갖춘 아프간 현지인의 공항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탈레반이 현지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한 미국 대사관 직원은 21일 미국에 서신을 보내 ″아무도 이 잔혹한 경험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공항 근처 검문소를 지키던 탈레반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적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31일 철군 시한까지 일주일″..탈출 작전 러시</strong>

탈레반은 철군 시한을 반드시 지키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이 정한 철군 시한은 31일. 1주일 가량 밖에 남지 않은 셈입니다. 미군은 현지에서 발이 묶인 미국인 및 현지 조력자의 대피를 위해 헬기와 특수부대까지 투입하는 등 민간인 이송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도 아프간에 남아있는 수만 명의 미국인들과 조력자들은 공항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그동안 미군의 통제 범위를 카불 공항으로 한정하고, 대피를 위해서는 공항에 자력으로 도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 방침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카불에 주둔 중인 피터 배슬리 소령이 탈레반 지도부와 연락선을 유지하며 현지에 남아있는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들의 카불 공항까지 이동 방안을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군은 현지 대피 과정서 안전 확보를 위해 20년간 적대 관계였던 탈레반과 소통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한편 프랑스와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이 철군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남아서 나라를 재건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권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상업용 항공기를 탈 수 있다″면서 31일 이후에도 시민들이 해외로 떠나는 걸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 외국 군대가 시한내에 철수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주요 7개국(G7)은 오늘(24) 화상회의를 열고 아프간 철군 시한 연장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