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20 10:46 수정 | 2021-12-20 10:4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어느날 하버드에서 날아온 소식</strong>
인도의 유력 언론사 뉴델리방송의 9시 메인 뉴스 앵커 니디 라즈단이 최근 돌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21년 동안 몸담은 직장이었습니다.
라즈단은 하버드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안받았다고 동료들에게 밝혔습니다.
라즈단은 앞으로 열릴 새로운 세계에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이곳저곳에 라즈단이 하버드로 떠나게 됐다는 소식이 퍼졌을 무렵, 하버드는 갑자기 라즈단에게 ″당신 이름이나 당신을 임명했다는 사실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없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알고 보니, 온라인 취업 사기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화 인터뷰까지 했는데 가짜라고?</strong>
라즈단이 하버드 교수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지난 2019년 11월 중순 경입니다.
′멜리사 리브′라는 이름의 하버드 학생이 라즈단을 하버드 언론 세미나에 초청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학생은 ′타시프 아흐메드′라는 다른 학생을 소개했고, 아흐메드는 하버드에 언론학 교수 자리가 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라즈단에게 전했습니다.
라즈단은 관심을 보였고, 실제 얼마 뒤 자신을 ′바랏 아난드 부총장′이라고 밝힌 사람과 전화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가 이뤄진 뒤, 라즈단은 하버드 커리어 닷컴(HarvardCareer.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이메일을 받았고, 이곳에 첨부돼있는 링크에 추천서와 여권 정보, 의료 기록, 은행 계좌 번호 등을 모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라즈단이 이 사기범들을 하버드대 관계자로 믿은 이유는 실제 하버드 부총장 이름이 바랏 아난드였고, 하버드대 인사부는 웹사이트는 ‘hr.harvard.edu’란 주소를 쓰지만, ‘하버드 커리어′(@Harvard_Careers)란 이름의 트위터 계정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기범들이 HarvardCareer.com 이란 주소를 사들였기 때문에 라즈단은 깜빡 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인도 여성 언론인 노린 사기범들</strong>
그런데 라즈단이 사기를 당한 걸 알아챈 몇 달 뒤 인도의 다른 여성 언론인들의 증언에 의해 비슷한 사기 시도가 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사기범들은 여러 개의 트위터, 페이스북, 지메일과 왓츠앱 계정을 사용하며 여성 언론인들에게 접근했습니다.
2017년 인도 내무부 장관 아들의 사업과 관련한 특종을 했던 여성 언론인 로히니 싱도 2019년 8월 중순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사과정 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타시프 아흐메드′란 사람으로부터 트위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아흐메드는 자신도 싱의 고향 출신이라며 친근감을 나타내면서, 싱을 하버드대의 미디어 컨퍼런스에 초청했습니다.
아흐메드는 ′알렉스 허시만′이란 이름의 동료를 소개해줬고 허시만은 2019년 8월 19일 지메일 계정을 이용해 싱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싱은 허시만이 하버드 공식 이메일 계정인 Harvard.edu 대신 지메일을 쓴 것과 아흐메드와 허시만의 전화 번호가 모두 미국 번호가 아닌 점을 의심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자이나브 시칸데르란 또 다른 인도의 여성 언론인도 비슷한 시기에 ′타시프 아흐메드′란 사람으로부터 하버드대 미디어 컨퍼런스에 초청하고 싶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시칸데르는 타시프와 왓츠앱 등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 받았고, 허시만이라는 학생을 소개 받았습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컨퍼런스 참여와 관련한 모든 비용을 댈 것이라며, 호텔 방 사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칸데르가 학장의 공식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했자 연락을 끊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돈도 다른 요구도 없었다‥무엇을 위한 사기?</strong>
보통의 사기범들과 달리 이들은 돈을 요구하거나 다른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위한 사기였는지 목적이 불분명한 것입니다.
이 소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다만 다만 이들이 접근한 여성 언론인들이 모두 정치 관련 뉴스를 다루고 있었고, 특히 싱과 시칸데르 등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및 힌두 내셔널리즘 성향의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포드대와 토론토대 연구소의 공동 연구에도 불구하고 사기범들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하버드 측에 사기 시도를 전달한 피해자도 있었는데, 왜 하버드가 사기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