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22 13:51 수정 | 2022-07-22 16:20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자산가·대기업 세금 화끈하게 깎아 준다.″</strong>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세금 제도 개편안′이 발표됐습니다. 세금 제도를 손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상당수는 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어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합니다. 경제 주체들에게 예민한 문제인데다 조세형평성 문제,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조세 제도 운영 등 고려할 게 많아 한 번에 많이 고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세법 개정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대적인 세금 제도 손질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세법 개정안이 아니라 ′세제 개편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은 일단 ′세금 깎아주기′ 즉 감세입니다.
이번 종합부동산세 개정을 보고 사실 놀랐습니다. 지난번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종부세 손보겠다고 예고는 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주요 골자는 다주택자에게 따로 종부세를 무겁게 매기던 이른바 다주택자 중과를 없애고 주택수에 상관없이 공시가격을 모두 합쳐 세금을 계산하는 겁니다. 원래 다주택자에 대한 최고세율은 6%였는데 이걸 2.7%로 떨어트렸습니다. 세금 계산 때 세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공제금액도 늘렸습니다.
이렇게 보면 별로 체감이 안 되는데 예시를 보면 ″와우″ 소리가 나옵니다.
서울에 공시가격 10억 아파트(시세 14억) 두 채를 가진 2주택자가 현재의 종부세 제도로 세금을 내면 5,133만원인데 새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851만원으로 81%가 줄어듭니다. 2020년에 냈던 종부세 보다도 줄어듭니다.
공시가격 20억 (시세 28억)아파트를 한 채 가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는 종부세가 338만원에서 148만원으로 56% 줄어듭니다. 상당히 큰 폭으로 세금이 줄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 폭이 훨씬 더 큽니다.
종부세를 내는 대상은 전체 국민의 2% 안쪽입니다. 그중에서도 상위 10% 그러니까 전체 국민의 0.2% 정도가 전체 종부세의 77% 정도를 부담합니다. 이들에 대한 세 부담이 확 줄어든다고 볼 수 있겠죠.
정부는 종부세가 너무 징벌적으로 운영되었고 세금이 올라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정상화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죠.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갑자기 다주택자 세금을 이렇게 줄이면 다시 투기를 부추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기재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국면에 들어섰고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이자 부담이 늘어 종부세 깎아준다고 다시 투기 붐이 일지는 않으리라고 본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니 세금 깎아준다고 더 사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종부세를 줄일 수 있는 적기라는 거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기업 감세 효과 4조 1천억원</strong>
법인세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1년 이익이 3천억 원을 넘어가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습니다. 연간 이익이 3천억원 이상인 곳, 얼마나 될까요? 2020년 기준으로는 80곳 정도 됩니다. 2021년에는 조금 늘어 100여 곳입니다. 법인세 신고 대상 법인의 0.01% 정도입니다. 네. 우리가 이름 들으면 바로 알만한 손으로 꼽히는 대기업들입니다.
대기업 재벌 감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기재부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1년 이익 5억 이하 중소·중견기업의 세금은 20%에서 10%로 반으로 줄여주기로 한거죠.
기재부는 세금감면 효과도 함께 내놨습니다.
대기업들에 돌아가는 감세 효과는 4조 1천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여기에서 대기업 범위는 3000억 원 이상 이익 기업보다는 좀 더 넓습니다) 전체의 99%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의 경우는 2조 4천억 원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대다수 중소기업보다 소수 대기업에 돌아가는 세금 감면 효과가 월등합니다.
정부는 세계적인 기준에 비추어도 우리 법인세율이 높다며 법인세를 깎아주면 단기적으로는 세금이 줄지만, 투자가 늘고 고용도 늘어서 결국 경제가 성장하고 그러면 다시 세수가 늘어나는 이른바 ′낙수효과′, ′선순환 경제′가 기대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 효과에 대한 연구는 다양합니다. 실제 투자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별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의 가장 확실한 효과는 세수 감소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인세 인하 효과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단정하는 합의점은 없습니다. 통계를 뜯어보면 기업들이 투자·고용을 늘리는 시점은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이고 반대의 경우는 외부충격을 받았을 때가 많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 기업들은 몸을 사렸습니다.
얼마 전에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했습니다. 투자 계획을 보류한 거죠. 앞으로 법인세도 낮춰준다는데 왜 투자를 철회했을까요?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시중의 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그럼 소비가 줄고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시장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법인세 인하 하나만으로 기업의 투자 증대·경제 확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할 여력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 계산상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업 이익이 늘어났다고 그 돈 모두를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정부는 법인세 인하뿐 아니라 기업에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인세가 높다는 근거로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을 꼽습니다. 그건 일단 받기로 한 명목세율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투자로 지출하면 이미 세금 많이 깎아주고 있습니다. 그런 세금을 빼고 나머지 진짜 낸 세금의 비율을 ′실효세율′이라고 합니다. 실효세율로 치면 대기업들은 보통 20% 안팎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명목세율은 높였지만 세금 공제를 많이 해줘서 전체 실효세율이 2020년에 다시 17.5%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아주 확실한 효과는 법인들이 내는 세금이 6조 5천억원 줄어든다는 겁니다. 물론 법인세는 올해 실적을 두고 내년에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새 법인세가 적용되는 것은 법이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내 후년이 됩니다. 그런데 법이 원만하게 통과될 수 있을까요. 법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안을 두고 여야가 협의를 해야 하는 건데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법인세 인하 반대 뜻을 내놨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큰 만큼 국회에서 더 큰 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