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기종

105분 연설에서 시진핑이 말하지 않은 것

입력 | 2022-10-21 10:43   수정 | 2022-10-21 11:43
<b style=″font-family:none;″><″105분이 짧다?”..시진핑의 긴 연설></b>

5년마다 열리는 중국공산당의 최대 정치행사,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내일(22일) 폐막합니다. 새로 선출된 당 중앙위원들은 모레 전체회의를 열고, 당 서열 1인자인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 장기집권을 확정할 겁니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16일 당대회 개막 당시, 1시간 45분 길이의 ‘업무 보고’ 연설을 했습니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 과학 기술 자립, 민생 복지, 국가안보, 대만 통일 추진 등을 두루 언급했습니다.

105분짜리 이번 업무보고는 과거에 비하면 짧았습니다. 5년 전 제19차 당대회 때는 68쪽 짜리 보고서를 3시간 24분 동안 낭독했습니다. 업무보고가 짧아진 것을 두고 “코로나19를 고려했다.” “당 장악력이 커져서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같은 해석이 나왔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시진핑이 말하지 않은 것..부동산 위기?></b>

시진핑 총서기는 업무보고에서 최근 위기설이 불거진 부동산 정책의 전환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주택 공급 제도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지난 17일,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단기적인 부양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중국 부동산 불황...집값 12개월 연속 하락></b>

시진핑 총서기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지만, 부동산 문제는 지금 중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중국인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포털 ‘웨이보’에, 하얼빈 외곽에 46제곱미터(약 14평) 규모의 집을 1만5천 위안(약 300만 원)에 샀다는 글이 올라 왔습니다. 이 글은 순식간에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아무리 집값이 떨어졌다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싼 가격에 검색이 몰린 겁니다.

중국 부동산은 몇 년 전만 해도 ‘자고나면 집값이 뛴다’는 호황기였지만, 지금은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불황입니다.

중국 집값은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8월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29% 하락했는데,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입니다.

올해 신규 주택 거래는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약 4조6천억 위안(931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습니다.

중국 부동산 문제는 지난해 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올랐습니다. 이어 다른 부동산 업체들도 연이어 디폴트를 맞았습니다.

중국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대도시 봉쇄 등이 부동산 경기 하락을 부채질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수요 둔화, 실업률 상승,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면서 8월 중국 주택 가격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부동산 불황이 경제 발목 잡아></b>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은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은 22~29% 정도, 금액으로는 55조 달러(약 7경8천조 원) 규모로 추산합니다.

조지 매그너스는 지난 10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오랜 호황 이후 (중국) 부동산은 현재 두 자릿수 거래 감소, 가격 하락, 부동산 개발 회사의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많은 가구가 미완성 주택에 대한 대출을 가지고 있고, 은행 대출은 악화되고 있으며, 토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 정부는 큰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집값 하락-가계 채무 가중-부동산 회사 부실화-금융기관 자금 악화-지방정부 재정 압박의 연쇄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 부동산 업체의 부실화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45%가 이익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절반 정도가 번 돈으로 채무 원리금 상환도 못 할 정도로 부실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입니다.

IMF는 중국 은행권의 전체 대출 가운데 8%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빌려준 것이고, 20%는 주택담보대출인 만큼, 이들이 디폴트에 빠지면 소형은행을 중심으로 중국 은행권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중국 당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효과는 글쎄></b>

중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주택대출 금리 인하 등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양도소득세를 환급하는 정책도 내놨습니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집을 사면, 매각한 주택에 매긴 개인소득세는 환급해주는 겁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블룸버그는 “주택 가격이 12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정부의 여러 지원 정책에도 중국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시진핑 장기집권..경제는 첩첩산중></b>

당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 13일, 베이징의 한 고가도로에 두 장의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면서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현수막엔 ‘독재자’ ‘도적’ 같은 원색적인 표현으로 시진핑 주석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현수막은 금방 철거됐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 이후 정부와 시진핑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습니다.

치솟는 청년 실업과 경제 성장 둔화는 이러한 비판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스탠포드대학 선임연구원 스콧 로젤의 말처럼, 경제는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난 몇 십 년간 중국공산당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약속에 근거해 거대한 인구 위에서 정통성을 유지해 왔다.” (스콧 로젤·내털리 헬 지음 <보이지 않는 중국> 중에서)

중국 정부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로 정했습니다. 달성 불가능합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0.4% 쇼크’였습니다. IMF는 3.2%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 성장률 평균치인 5%보다 낮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적 도전과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 제목의 기고문에서, 중국은 대규모의 국가-민간 부문 재분배와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진핑 체제의 당면 과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개혁이 없다면) 중국 경제는 미래에 연평균 2~3%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다. 저성장은 보수가 좋은 일자리 제공, 의료·교육·사회 보장에 대한 폭넓은 접근성 같은 긴급한 요구 사항 해결, 그리고 부동산 파산과 소득 불평등 같은 시급한 과제 해결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