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임명현

"집회 관리해야 하니 이태원 안 가도 돼" 정보관의 증언

입력 | 2023-05-23 11:13   수정 | 2023-05-23 11:13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 10·29 참사 사흘 전, 용산경찰서 정보관 A씨가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방역수칙 해제 후 첫 축제인 올해 많은 운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해밀턴 호텔에서 이태원소방서 구간 등 많은 인파로 도로 난입과 교통사고 발생 등이 우려된다″고 돼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참사 나흘 뒤 용산서 정보과 컴퓨터에서 삭제됐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A씨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자료 삭제를 지시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 서울청과 용산서 정보라인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었습니다.

A씨는 당시 집회 관리에 매진하던 분위기 때문에 핼러윈 축제 현장을 챙기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특히 해당 보고서를 김 전 과장에게 보고했지만 ″크리스마스에 정보관이 배치되냐, 주말에 집회 관리해야 하니 안 가도 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참사 당일, 용산 전쟁기념관 주변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관리에 투입됐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집회 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용산 정보관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김진호 전 과장의 생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용산서에서 이제 지역정보는 필요 없다′는 분위기여서 지역정보 활동을 나가겠다고 말할 엄두도 못 냈던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이후 주변 집회가 급증함에 따라 정보경찰 활동의 주안점도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였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A씨는 보고서 삭제와 회유 과정도 증언했습니다.

참사 이틀 뒤, 김 전 과장으로부터 ″그런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고 들었다며,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해 당황스러웠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한 겁니다.

A씨는 ″당시 이 같은 지시를 받고 울었고, 그러자 과장이 사무실 문을 닫고 왜 우냐고 물었다″며 ″나는 삭제를 원치 않았고 부당한 지시였다고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