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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혜빈이 이제 스무 살이에요" 국화 대신 흰 장미‥유족의 오열

입력 | 2023-08-29 18:37   수정 | 2023-08-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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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례식장에 걸린 앳된 얼굴.

′분당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로, 25일 만에 숨진 스무 살 김혜빈 씨의 영정입니다.

땋아 내린 머리에, 미소 짓는 모습이 혜빈 씨의 영정사진으로 쓰이게 될 줄 가족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혜빈 씨는 지난 3일 가해자 최원종이 몰고 돌진한 차량에 치였고, 이후 뇌사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아오다 어젯밤 숨졌습니다.

[故 김혜빈 씨 어머니 (음성변조)]
″혜빈이 이제 스무살이에요. 이제 스무살인데 그 악마 같은 가해자 때문에 겨우 스무살인 애가 이렇게 됐어요. 저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한달도 못 채우고 갔어요.″

외동딸을 잃은 유족들은 ″혜빈이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준 딸이었다″며 ″늘 밝았고 착실하고 책임감도 강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도 긍정적이었고 유쾌했던 혜빈 씨를 기억하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미대생이었던 혜빈 씨는 자신의 그림을 종종 SNS에 올렸는데, 그 옆에 ′세상이 주신 것들에 감사하다′는 글귀를 덧붙이곤 했다고 주변인들은 전했습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며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혜빈 씨.

그날도 혜빈 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모두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25일 만에 혜빈 씨가 떠나면서 가해자 최원종의 흉기에 숨진 피해자는 두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조현성 인격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던 최원종은 ″피해자들께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은 ″조직 스토킹 피해자″라는 주장을 반복한 바 있습니다.

혜빈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유족들은 ″더 이상 혜빈이가 익명으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가해자의 서사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는 세상이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