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승규

"아이 손이 친구 뺨 맞은 건데 인민재판"‥학부모 입장문에 '발칵'

입력 | 2023-09-12 14:13   수정 | 2023-09-12 14:19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중 한 사람이 입장문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학부모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9년 초부터 아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2학기가 끝나갈 무렵 틱장애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확인해보니 아들이 같은 반 친구와 놀던 중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당시 교사가 아이를 학생들 앞에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고, 듣던 아이가 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손을 내리라고 하면서 끝내 교장실로 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8살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웠을 상황″이라며 이런 ′인민재판식 처벌방식′을 지양하고 아이에게 사과해달라는 요구를 교사에게 했지만, 교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이후 해당 교사가 작년에 아들의 옆 교실에 배정되자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면담을 요구한 일이 일체 없었다며 악성 민원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숨진 교사는 자신을 아동학대로 고소한 학생의 경우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조르거나 발로 차고 꼬집고,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대답을 않고 버티는 등의 행동을 반복해 생활지도를 했다′고 기록해둔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강한 민원을 받았고, 교사의 기록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는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학생들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며 항의했습니다.

결국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해당 교사는 약 10개월에 걸쳐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누리꾼들은 해당 학부모의 입장문에 대해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냐′, ′선생님의 기록이 사실이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1시간 만에 사라지기도 했는데, 글을 쓴 학부모는 ″자신이 지운 게 아니″라며 악성 댓글들에 대해 고소하진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