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장훈

메르켈, 우크라 전직 대통령 사칭 전화에 넘어가

입력 | 2023-02-21 10:14   수정 | 2023-02-21 10:15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으로 사칭한 남성에게 속아 전화로 정세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메르켈 전 총리 집무실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한 남성이 자신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뒤 통화 기회를 얻어냈습니다.

이 남성은 메르켈 전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정세를 논의하자고 했고, 통화에는 독일 외무부 소속 통역사도 동원됐습니다.

전화를 건 남성은 보반과 렉서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유튜버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가수 엘튼 존과 해리 왕자 등을 상대로도 비슷한 전화를 걸었던 장본인입니다.

이들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민스크 평화협정이 우크라이나에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스크 평화협정은 2015년 메르켈 전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전 대통령의 중재 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로셴코 전 대통령 등이 만나 맺은 평화 협정입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전에도 민스크 협정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사실이나 우크라이나에 국방력을 보충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왔습니다.

녹음 파일에는 이 밖에도 메르켈 전 총리가 벨라루스 독재 정권의 탄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고 AP는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