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리 총리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개혁위원회 직원들은 ′총리 안녕하십니까′를 연신 외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리 총리는 손을 들어 화답했습니다.
그간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리 총리는 차에 타기 전 직원들에게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고, 발전의 원동력은 개혁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발전의 공격수이자 강력한 개혁팀이고, 모든 것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라며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했죠.
리 총리가 버스에 올라타는 마지막 모습까지 스마트폰에 담으려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천하를 제패한 사람이 감당 못할 사람?</b>
며칠 뒤 리커창 총리가 국무원을 방문했을 때도 수많은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를 반겼는데요,
이 환호가 단순히 리 총리의 권력 때문이었을까요? 참고로 이때는 리 총리의 임기가 하루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한 누리꾼은 ″리커창이 직원들과 스킨십을 하는 모습에서 리커창이 거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무원 직원들이 그를 편안해하고 즐거워한다″고 적었습니다.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는데요.
″총리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천하를 제패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라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천하를 제패한 사람′은 아마도 이번 양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지은 권력서열 1위, 시진핑 국가 주석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해 정부 운영 방침과 인사가 결정되는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됐는데요, 리 총리는 양회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는 업무보고를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의 총리직을 내려놨습니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리 총리는 지난 2007년, 시 주석과 나란히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했고, 이후에도 권력 1위 자리를 두고 시 주석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3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 중국 경제를 책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시 주석의 집권 후 ′유령 총리′로 불릴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죠.
가끔 경제상황에 대해 누구도 할 수 없는 ′쓴소리′를 하곤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서열 2위의 초라한 마지막 모습 </b>
리커창 총리에 열광하며 마지막을 배웅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끝내 중국 내에 퍼지지 못했습니다. 해당 영상이 중국 SNS에 잠시 올라오긴 했지만, 금방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리커창 총리와 관련한) 많은 동영상이 중국 SNS에서 심하게 검열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중국 SNS 웨이보에서는 해당 영상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리 총리는 시 주석의 견제 세력인 공산주의 청년단, 이른바 ′공청당′ 출신입니다.
공청당의 수장격이었던 후진타오 전 주석도 지난해 공산당 당대회 폐막식 때 끌려나가는 듯한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는데요, 당시 영상 또한 웨이보에서 완전히 삭제돼 검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번 검열에 대해서도 시 주석이 한때 자신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리 총리를 완전히 지워버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3연임에 성공하며 1인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한 시진핑 국가 주석.
리 총리의 자리에는 과거 시 주석의 비서실장이었던 리창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오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