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21 15:52 수정 | 2024-04-21 16:1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를 잡아야한다″</strong>
선거 전략으로 ′산토끼′를 확보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보통 우리나라 유권자 중 3분의 2 정도는 한쪽으로 표심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집토끼′고, ′산토끼′로 분류되는 나머지 유권자들이 어느 정당에 마음을 주느냐가 핵심이라는 거죠. 정치적 상황에 따라 표심을 주는 곳이 다르거나 투표를 잘 하지 않는 층을 뜻하는거겠죠.
MBC는 지난 총선 민심을 추적하기 위해 실시한 패널조사 응답자를 기준으로 ′산토끼′로 분류될 수 있는 유권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처음 실시한 1차 조사에서는 2022년 대선과 지선에서의 표심을 물었고, 올해 1월 2차 조사에서는 4년 전 총선 지역구 투표를 물었습니다. 총선 직후 선거 사후평가를 위해 6차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정당의 후보자에게 지역구 투표를 했냐고도 물어봤습니다. 6차 조사 응답자 1,090명을 기준으로, 지난 4년 간 선택의 흐름을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선거에 따라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움직인 두꺼운 선들이 눈에 띕니다. 보라색 별로 표시해봤는데요, ①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자에게 표를 행사했지만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줬거나, ②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3개월도 안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③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경우입니다.
패널조사 응답자 기준으로 ①, ②, ③에 해당하는 각각의 움직임은 6~7%p 정도로 나타납니다. 2020년에는 180 대 103, 2022년에는 5 대 12로 승패가 극명하게 갈렸던 걸 고려하면 정당 간 표심이 이동한 크기는 작아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얻는 측과 잃는 측의 득실을 모두 고려하면 두 배를 곱한 것만큼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얻었던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자를 지지했다고 응답한 7%p가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후보로 표심을 이동(①) 하면서, 대선에서는 0.73%p로 승부가 결정이 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0여 일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50.9%로 낮았죠, 윤석열·이재명 지지층 모두 투표를 하지 않은 층으로 이동이 눈에 띕니다. 특히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응답층 중 7%p가 지방선거에는 투표하지 않았습니다(②). 그러면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개를 국민의힘이 휩쓸었죠.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6%p가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표심을 옮기면서(③) 판세가 완전히 뒤바꼈습니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거나 투표권이 없었다는 응답층에서 민주당으로 표심을 옮긴 응답층도 9%p에 달했습니다.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의 표심을 비교해봐습니다. 2022년 윤석열 후보 투표층 중 5%p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로 표심을 옮겼습니다. 반면 이재명 후보 투표층에서는 1%p를 초과하는 이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비례대표 투표와 비교해보면 이재명 투표층은 크게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으로 나뉘었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 투표층은 여러 갈래로 분화했습니다. 6차 응답자 중 표심을 바꾼 2022년 윤석열 후보 투표층은 자유통일당과 개혁신당으로 4%p 옮겨갔고, 심지어는 대척점에 서 있는 조국혁신당으로 3%p, 더불어민주연합으로 2%p 이동했습니다.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 지지층 중 이번엔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자에게 표를 주지 않은 응답자들의 특징을 확인해봤습니다. 표본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석에는 유의해야 하지만, 스스로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평가한 사람이 43%로 가장 많았고, 야당과 여당을 동시에 심판해야한다는 동시심판론이 4차 조사 당시에도 26%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이번 총선에도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층과 비교해 이탈층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았습니다. 특히 20대와 30대를 합치면 40%였습니다. 이들은 개혁신당을 비롯해 신당이 선택지로 들어오기 시작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층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이탈층 중 3분의 1 정도는 선거 직전 5차 패널조사에서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지역구 투표를 국민의힘 후보에 하지 않았을 뿐 입니다. 해석해보자면, 심정적으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다른 이유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자에게 표를 주지 못한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는 이들이 또다시 움직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야말로 ′산토끼′인 겁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color:#222″>□ 패널조사란?
매번 다른 응답자를 조사하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패널조사는 동일한 응답자를 반복·추적해서 조사합니다. ′미결정층′이 언제 마음을 정하는지, 지지 정당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은 누군지 추적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사 방법입니다.
패널조사는 다른 일반 조사와 비교해서 읽기보다는, 차수에 따른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참고)
MBC가 실시한 이번 6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에서 참여한 1,508명 중 강력한 거절 의사를 표현한 20명을 제외한 1,488명에게 모두 접촉을 시도해 1,090명이 응답했습니다.</blockquote>
조사기간 :
1차 - 2023년 12월 13일 ~ 12월 17일 (5일간)
2차 - 2024년 1월 10일 ~ 1월 12일 (3일간)
3차 - 2024년 1월 30일 ~ 2월 3일 (5일간)
4차 - 2024년 2월 26일 ~ 3월 1일 (5일간)
5차 - 2024년 3월 25일 ~ 3월 28일 (4일간)
6차 - 2024년 4월 13일 ~ 4월 16일 (4일간)
조사대상 :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중 패널조사 참여 의향자
조사방법 :
1차 - 무선 RDD 전화면접 / 패널조사
2~6차 - 전화면접조사, 모바일 웹조사 /패널조사
표본 크기 :
1차 - 1,508명 / 2차 - 1,314명 / 3차 - 1,265명 / 4차 - 1,216명 / 5차 - 1,717명 / 6차 - 1,09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