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희원

"유사수신행위 불법이지만, 투자 계약까지 무효는 아냐" 대법 첫 판결

입력 | 2024-05-27 10:47   수정 | 2024-05-27 10:48
현행법상 금지되는 유사수신행위 사업자와 투자나 배당 등의 계약을 맺었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지난달 25일, 유사수신행위를 해온 회사의 회생관리인이, 투자자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해당 회사는 부동산 투자업체를 표방하면서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으고 ′돌려막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불법 영업을 했습니다.

투자자는 2018년 6월, 이 회사에 3천만 원을 맡긴 대가로 1년간 배당금 58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후 회사를 운영하던 부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이 확정됐습니다.

그러자 지난 2022년 9월, 이 회사의 회생관리인은 투자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므로 투자 약정도 무효이고, 따라서 약정에 따라 얻은 배당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까지,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위반한 법률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한다″면서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조항을 불법 행위를 처벌하고 나아가 그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효력 규정′이 아닌, 불법 행위를 처벌하되 그 효력은 인정하는 ′단속 규정′으로 해석한 겁니다.

대법원은 또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목적은 행정적 규제나 형사처벌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며 ″유사수신행위 계약의 효력까지 부정해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