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26 17:22 수정 | 2024-09-26 17:22
올 시즌 KBO리그에는 ′불혹의 투수′ SSG 노경은보다 홀드를 많이 챙긴 선수는 없습니다. 26일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37개의 홀드로 2위 삼성 임창민과는 9개 차.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출전 경기 수를 들여다보면 노경은의 기록이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자신보다 19살 어린 두산 이병헌과 함께 76경기에 출전해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습니다.
데뷔 22년 차의 노경은에게 첫 개인상을 안겨준 홀드는 어떤 의미일까요. 마흔의 나이에 느끼는 야구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5강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2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물어봤습니다.
Q. 커리어 첫 개인상 수상을 확정지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A. 개인 타이틀은 솔직히 신경 안 쓰고 시즌에 임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성적이 좋으면 자동으로 상은 따라온다고 생각했습니다.
Q. 데뷔 22년 차에 수상한 것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A. 2등은 한 번 해본 적 있는데요. 말년 되다 보니까요. 이런 타이틀도 한번 못해보면 아쉽겠다는 생각을 몇 번 했어요. 막상 이렇게 타이틀을 얻게 되니 ′여태까지 이 시련이 이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있었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Q. 2년 전 인터뷰에서 ′나이가 드니까 야구가 오히려 재밌다′고 했는데. 마흔 살인 지금은요?
A. 지금도 마찬가지로 야구가 재밌어요. 새로운 구종 같은 거를 계속 공부하게 돼요. 구종을 연구하게 되고 공부하게 되고 원리를 찾고 싶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면에서 야구가 재밌게 느껴져요.
Q. 새로운 구종이라면 어떤 목표일까요?
A. 너클볼은 제가 가끔 던진다고 하는데... 뭐 전문적으로 던질 수 있는 그런 투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해가 바뀌면 바뀔수록 이제 좀 더 활용성을 한 번 더 이어 나가 봐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하고 지금까지도 연습을 계속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올 시즌은 너클볼을 적게 던진 것 같아요.
A.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제 중간 필승조로 이렇게 좀 긴박한 상황에서 던지다 보니까 여유가 없어요. 여유가 없고 어떻게 보면 좀 위험할 수도 있고.. 너무 조심스럽다 보니까 던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Q. 등판 이후엔 무조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새로운 몸관리 비법인가요?
A. 제가 여태까지 추격조나 패전조로 많이 뛰었잖아요. 그러다보니 필승조로 매일같이 던져야 되는 중간 투수들이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컨디션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좀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테스트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하니까 다음 날 컨디션이 괜찮고 어떻게 하니까 다음 날 컨디션이 안 좋은지를요. 그러다가 유산소에 꽂히게 됐죠. 공을 던지고 시합을 던진 날은 무조건 유산소 운동을 하고 보강 운동을 해주면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좋더라고요. 연투하는 데도 지장이 없고요. 젖산도 많이 빠지고. 저는 개인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많이 추천합니다.
Q. 시즌 종료가 코앞인데, 홀드 몇 개까지 하고 싶나요?
A. 만약 15경기가 남았다면 40홀드를 한번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제 등번호 38번처럼 홀드 38개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과거 30홀드를 하고 난 다음 시즌에 부진한 선수들도 있었는데, 오히려 더 잘하고 있어요. 비결이 있나요?
A. 동기부여가 좀 생기는 것 같아요. 2년 연속 이제 30홀드라는 기록을 세웠으니, 내년에는 3년 연속 20 홀드를 노려보고, 그게 일찍 달성된다면 또 3년 연속 30홀드를 하고 싶을 것 같아요.
Q. 자신에게 홀드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어렸을 때부터 필승조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까, 필승조로 올라오면 ′1이닝이 안 풀리면 엄청 길구나′ 생각해요. 1이닝이 무척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저에게 홀드는 <폭탄 돌리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리에서 안 터지도록, 제가 이닝 끝나고 들어오면 ′나는 이제 (문)승원이한테 폭탄을 넘겼어′, ′승원이도 잘 막고 (조)병현이한테 넘어갔는데 병현이도 폭탄을 잘 꺼줬다′ 이렇게 농담 삼아 이야기합니다.
Q. 은퇴를 앞둔 추신수 선수 이야기도 해볼게요. 포지션은 다르지만, 평소에 어떤 말을 주로 해줬나요?
A. (추)신수 형은 저랑 TV 중계를 볼 때면 ′몸쪽 공을 잘 던져야 한다′, ′어린 선수도 몸쪽 투구를 과감하게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그런 면에서 저도 지금도 신수 형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 귀담아들어요. 그 다음에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마운드에서 독기있는 모습을 보여라′. 그래서 저도 후배들한테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성적인 모습 대신 과감한 독기 품은 모습을 보이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Q.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취득하는데요.
A. 나이 먹어서도 경쟁력이 있으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생각해요. 그래야 후배들도 그런 인식이 생길 테고요. 삼성 (오)승환이 형 같은 선수들이 그랬기 때문에 저도 덕을 보는 것 같아요. (이번 FA가) 나이 먹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대물림을 해주고 나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커리어의 끝을 향해 가다보니 이번 가을야구가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수 있는데.
A. 선수들 사이에서나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가을 야구는 하늘에서 결정해준다고 생각해요. 편하게 마음 먹으려고 하지만, 가을 야구의 맛을 보면 솔직히 너무 중독성이 강해요. 그러다 보니까 가을 야구를 무조건 하고 싶다는 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의 생각일 겁니다.
Q. 올 시즌 ′노장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이 많은 팬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A. 농담 삼아 ′40대의 희망이다′, ′아저씨들의 희망이다′ 이렇게 얘기는 많이 듣거든요. 그런데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몸이 체력적으로 뒤처지거나 나약해지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주기 싫었고요. 나이를 먹어도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항상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몸소 그거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고요. 40대가 되어도 충분히 자기 관리를 잘 하면 굉장히 좋은 퍼포먼스를 다시 또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꼭 한번 각인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Q.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시점을 생각해둔 게 있나요?
A. 저는 개인적으로 140km/h가 안 나올 때까지 하고 싶죠. ′몇 년 더 하겠다′ 보다는 경기 운영 능력이나 구위가 떨어지면 그때 이제 은퇴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프로 생활 오래 하면서 별명도 많이 생겼잖아요. 특별히 좋아하는 별명이 있나요?
A. 저는 지금까지도 ′노경은총′인 것 같아요. 편하게 불러주시는 ′노갱′, ′노갱은′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하.
Q. 남은 시즌 목표를 전해주신다면요.
A.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깐요. 어떻게든 가을야구 진출하려고 선수들이 다 똘똘 뭉쳐서 준비 잘하고 있으니까요. 한결같은 응원 부탁드리고요. 지켜봐 주십시오. 저도 열심히 던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