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29 17:18 수정 | 2024-11-29 17:18
지난 22일, 두산과 롯데가 단행한 2:3 대형 트레이드. 팬들의 눈길을 끈 건 단연 김민석의 두산 이적이었습니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3년이 김민석에게는 잊고 싶지 않은 한 해였을 겁니다. 롯데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최초로 100안타를 기록했고, 올스타전에서는 ′사직 제니′로 변신하는 팬서비스까지 발휘하며 2023년 기준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잊고 싶은 해가 됐습니다.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한 김민석은 기대했던 타격 면에 약점으로 꼽히던 선구안이 여전히 발목을 잡았고, 외야 수비에서도 송구력에 아쉬움을 남기며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2024시즌 볼넷 2개에 삼진 20개) 마침 외야 보강이 필요했던 두산이 손을 내밀었고, 김민석은 그렇게 13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때 입었던 곰 유니폼을 ′롤모델′ 정수빈 앞에서 다시 입게 됐습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롯데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하다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김민석을 잠실야구장 첫 출근날 만났습니다. 다음은 지난 24일 두산의 연례 팬 행사 <곰들의 모임>에 앞서 나눈 일문일답.
Q.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두산에 합류했어요. 소감을 들어보고 싶어요.
A. 제가 야구를 처음 보러 온 구장이 잠실구장인데 그때 기억도 좀 나는 것 같고 신기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Q. 트레이드 소식을 현지에서 들었을 때 어땠어요?
A. 훈련하고 있다가 점심을 먹고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장난치시는 줄 알고 안 믿었다가 기사 나오는 걸 보고 그때 실감을 했고, 여기 와서 많이 실감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기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고 어떻게 보면 좀 뭔가 팬분들한테 미안함과 서운함 그런 게 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롯데에서 보낸 두 시즌은 스스로 보기에 어땠나요.
A. 첫 번째 시즌은 경기를 많이 뛰었으니까 투수랑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이런 야구의 흐름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시즌에서는 ′멘탈′ 부분에서 ′이랬을 때는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된다′는 것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Q. 잠실구장을 이제 홈으로 쓰게 됐는데, 이 넓은 외야가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 같나요?
A. 구장이 크다 보니 외야 수비에 있어서 제가 뛸 수 있는 그런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편하게 수비할 수 있는 구장을 뽑자면 잠실구장이 공 잡기는 편했던 것 같습니다.
Q. 생각해보니 데뷔 첫해 ′아이돌급 인생 사진′을 남긴 곳도 이곳 아닌가요?
A. 그게 화제가 돼서 신기하긴 한데 그때 세이프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좀 큰 영광인 것 같습니다.
Q. 두산 외야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자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롯데에서도 자신감은 항상 있었고요. 제 스타일상 약간 승부욕이 좀 강해서 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Q. 올 시즌 2군도 내려가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한 해였을 것 같은데.
A. 당연히 힘들었죠. 솔직히 힘들었는데 힘들어 봤자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힘들다고 해서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힘들다고 해서 1군에 콜업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상황이든 어떤 환경에서 결과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이 끝났어도 교육 리그에서 그런 것들을 만회할 수 있어서 제 나름대로는 좀 좋았던 것 같아요.
Q. 그럼 지금 마음가짐은 칼을 갈고 있는 마음인가요?
A. 지금 마음가짐은... 더운 것 같습니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Q. 새 팀 두산에선 어떤 선배한테 많이 물어보고 싶나요?
A. 일단 처음 인사드렸을 때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친절하게, 안 어색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첫 유니폼을 산 게 정수빈 선배님 유니폼이었거든요. 그래서 정수빈 선배님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우고 싶어요.
Q. 이승엽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요.
A. 이승엽 감독님께서는 ′잘 왔다′고, ′축하한다′고, ′좀 힘들 건데 여기서 야구같이 잘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Q. 내년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A. 모든 팀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생각하겠지만 첫째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제가 팀에 도움이 되고 두산에 잘 왔다는 생각을 팬분들이 하실 수 있도록 첫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Q. 롯데 팬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A. 롯데 팬분들한테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고요. 제 유니폼 마킹하신 걸 후회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1년 전에 말한 것 같은데 그 약속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야구를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두산 팬들한테도 한마디 해주시죠.
A 출근길에 많이 반겨주시고 알아봐 주셔서 많이 감사합니다. 야구 잘하는 선수로 빨리 인식이 바뀐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