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준희

당정, 형법상 배임죄 폐지 확정‥대체입법 함께 추진

입력 | 2025-09-30 09:48   수정 | 2025-09-30 09:48
형법상 배임죄 폐지 방침이 확정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오늘 오전 국회에서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를 열고 배임죄 폐지와 함께 110개 경제협벌 규정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기업경영 활동을 옥죄는 요인으로 지목된 배임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선의의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는 배임죄 구성 요건이 모호하다는 점을 폐지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재판이 이뤄질 수 있고, 법률전문가가 아닌 기업이나 공무원,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 행위가 배임에 해당하는지 예측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는 겁니다.

배임죄가 기업 영역뿐 아니라 다른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법무부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1심 판결문과 약식명령 약 3천3백 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 임직원이 회사 자금이나 재산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42.7%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납품대금 등 과다 책정 10.5%, 회사 영업비밀 등을 유출하는 행위가 9.4%로 배임죄가 기업 영역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기는 했지만, 부동산 이중매매(7.5%), 계주의 곗돈 미지급(5.5%), 종중 대표자의 무단 토지 매도(1.4%) 등 공공 영역이나 민사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장 배임죄를 폐지할 경우 처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체입법도 함께 추진하겠다기로 했습니다.

임직원의 법인 자금 사적 사용이나 영업비밀 유출 등 배임죄가 적용됐던 일부 범죄 유형은 여전히 처벌이 필요하고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해 배임죄로 기소된 사례 중에서도 주주*채권자 보호를 위해 처벌이 필요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체 입법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누구인지, 처벌 대상인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화해서 적용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배임 관련 특별법을 마련해 기존 배임죄의 주체와 행위를 구체화할지, 아니면 각 개별법에서 배임 행위를 구체화할지 등 대체입법의 형태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대체 입법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고, 배임 행위를 유형화한 입법례도 찾기 어렵지만, 전문가 자문과 판례 분석 등을 토대로 신속하게 입법화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체입법 방안을 살펴보면서 배임죄로 수사, 재판 중인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정은 배임죄 폐지 외에도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고 경미한 의무위반 행위는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 110개 경제형벌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행위자 외에도 법인과 사업주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해서는 전 부처를 전수 조사해 필요성이 없는 경우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형벌은 경감하되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경미한 의무 위반 사항은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행정 제재로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은 행정제재를 먼저 부과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