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권희진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발언과 관련해 중국 매체들이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재부상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다카이치의 발언은 ″일본 우익세력의 지극히 잘못되고 위험한 역사관·질서관·전략관을 충분히 드러낸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한 달도 안 돼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문제의 발언을 했다면서 ″이는 위험한 국내외 정책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발언의 배후엔 평화헌법을 벗어나 군사대국이 되려는 일본 우익의 위험한 기도가 있다며 일본 군국주의가 ′존망의 위기′를 구실로 만주사변 등 주변국을 침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청일전쟁 이후 중국이 대만을 일본에 할양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복한 역사를 거론하며 ″일본은 대만 문제에서 심각한 역사적 죄책이 있다″고 했습니다.
신화통신도 시평을 통해 일본 일각에서 다시 군국주의 옛꿈을 꾸고 있다면서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통제하려는 망상은 완전히 당랑거철이며 주제넘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중국의 제2차 대전 승전과 대만 광복 80주년인 올해 ″일각에서 군국주의 죄행을 반성하지 않고 무력으로 내정에 개입하겠다는 망언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3번째 항공모함 푸젠함 취역과 지난 9월 중국의 대규모 열병식까지 거론하며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누구든 정면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도 일본의 군사전략상 ′급변′ 신호일 수 있는 만큼 고도로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난 2022년 공격받을 때에만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를 넘어 반격 능력 보유를 천명했고, 올해 방위백서에서는 중국을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정의했다는 것입니다.
군사전문가 천후는 중국신문망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도발적 발언은 일본의 군사전략이 새로운 질적 변화를 준비 중임을 암시하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문제의 발언은 일본 재무장론에 부합한다며 이번 발언은 일본의 군사 정상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우연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측 표현을 봐도 이번 갈등은 통상적인 외교 갈등의 수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은 정면공격할 것′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중일 외교관계에서 ′정면공격′이라는 비외교적 표현이 쓰인 것은 처음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하면서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일 관계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이라고 지적됐습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 등 밀접한 관계의 나라가 공격받으면 자위권을 발동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중국은 연일 거친 비난과 함께 관광, 유학 제한 등 일본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