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승은
방송에 패널로 출연한 평론가가 허위사실을 말했더라도 방송사가 작성한 원고를 토대로 한 발언이라면 명예훼손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최근 나 모 씨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2020년 1월 YTN ′뉴스나이트′ 시사토론 코너에 패널로 출연해 당시 자유한국당 ′공약개발단 레드팀′ 위원으로 위촉됐다가 사흘만에 해촉된 나 씨와 관련해 발언했습니다.
방송 이틀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유한국당 입당해서 분탕 치고 싶다′는 내용의 SNS 글 이미지가 게시됐는데, 최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이런 발언들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건 이분의 SNS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SNS 글은 누군가 나 씨 명의를 도용해 조작한 이미지로 드러났고, 그 무렵 언론에도 이미지가 조작이라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이에 나 씨는 최 교수의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3천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최 교수는 방송사에서 준비한 원고 중 앵커가 발언하기로 한 부분을 그대로 발언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최 교수가 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나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은 ″방송 무렵 해당 이미지가 조작됐다는 글이 이미 올라와 있었고, 일부 언론사는 조작됐다고 보도하고 있었다″며 ″발언 전 원고에게 해당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문의하거나 진정 여부를 조사·확인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심은 특히 최 교수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점 등을 언급하며 ″설령 취재기자 등이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발언 때문에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 교수가 ′나 씨가 SNS 글을 직접 작성했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해당 발언이 방송사에서 작성한 원고를 토대로 이뤄진 점을 들어 위법성이 배제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