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09 12:26 수정 | 2026-03-09 13:51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 지휘부였던 김동희 전 차장검사와 엄희준 당시 지청장이 공모해 문지석 부장검사를 배제한 정황이 상설특검의 공소장에 담겼습니다.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6일, 김 전 차장검사에게 ′1차 대검 보고용 쿠팡 사건 처리예정보고서′에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결과와 취업규칙의 효력에 대한 판단 부분이 누락돼 있어 절차 진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김 전 차장검사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엄 전 청장은 ″괜한 분란 소지 우려가 있으니, 취업 규칙 무효 여부를 우리가 판단할 필요 없다″며, 문 부장검사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1차 보고서를 대검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음 날 문 부장검사가 대검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엄 전 청장이 ″지청장 보고 없이 직접 대검 측과 소통한 사실을 문제 삼아 감찰 등을 언급하며 문 부장검사를 질책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이후 김 전 차장검사가 주임검사였던 신가현 검사와 소통하며 직접 ′2차 대검 보고용 쿠팡 사건 처리예정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입니다.
특검은 또, ″엄 전 청장은 대검에 문 부장검사의 허위 보고, 보고 누락, 지휘부와 검사들 사이의 이간질, 부원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 등의 사례와 함께, ′정상적인 부 지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역량 부족과 비위가 있으니 대검 공안부에서 공안 업무 지휘나 인사 검증에 참고해달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청장도 이를 공유받고, 4월 15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2차 보고서를 신 검사에게 보내면서, ″보고서의 기록, 쪽수 등만 수정해서 절차대로 본청·대검에 보고하면 되고, 문지석 부장에게는 참고만 하라고 보여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검은 ″이틀 뒤, 김 전 차장검사는 마치 보고서 작성자가 신가현 검사인 것처럼 만든 후, 이를 메신저 쪽지로 신 검사에게 보내며, ′이대로 대검 보고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김 전 차장검사는 4월 18일 신 검사에게 보고서를 인천지검에 보고할 것을 지시하면서 ″부장검사한테 말 안 했죠? 보고 진행 중인 건 말하지 마시죠″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사흘 뒤인 4월 21일엔 대검에도 보고됐는데, 같은 날 김 전 차장검사는 당시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이던 이 모 검사에게, ″대검에서 쿠팡 사건 2차 보고서에 대한 반려가 있으면, 저나 신가현 검사에게 조용히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지석 부장검사가 또 대검에 연락하고 시끄럽게 할까봐 보고 절차를 조용히 진행 중″이라는 취지의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김 전 차장검사는 대검 의견 등을 반영해 2차 보고서를 직접 수정한 뒤에도, 아직 문지석 부장검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엄 전 청장에게 재차 보고했다고 특검은 파악했습니다.
김 전 차장검사는 엄 전 청장에게 ″문지석 부장에게 알리지 말고, 대검에서 승인하면 그냥 제가 재배당받아 처리하고, 반려가 나면 천천히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메신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4월 18일에 인천지검 본청 보고가, 같은 달 21일에 대검 보고가 시작되었음에도, 뒤늦게 문 부장검사에게 대검에 2차 보고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특검은 ″엄 전 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가 공모해 인천지검 부천지청 신가현 검사로 하여금 소속 부서장인 문지석 부장검사를 쿠팡 사건 대검 보고 절차에서 배제하게 했다″며, 이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기소 직후 엄 검사와 김 검사는 특검이 증거와 법리를 무시하고 동기도 밝히지 못한 채 답이 정해져있는 기소를 했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