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앵커: 손석희
[카메라출동]경복궁 내 문화재 관리소홀[임종근]
입력 | 1988-12-04 수정 | 198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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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출동]경복궁 내 문화재 관리소홀]
● 앵커: 서울 경복궁 내에 있는 수정전은 예전에는 집현전이라고 불렸고 이곳에서는 세종 임금이 당대 학자들과 훈민정음을 지웠고 또 학문을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길게 설명 드린 것은 그만큼 중요한 문화재라는 말씀인데, 이곳은 지금 어떻게 쓰이고 있냐 하면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 임종근 기자입니다.
● 기자: 경복궁의 수정전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것 같지만 속이 병들어 있습니다.
못질을 해서 닫아놓은 문 틈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화재 반출용 상자 비닐포장지 꾸러미, 빈 음료수 병, 심지어는 창덕궁 보수공사 일지까지 온갖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경회루 바로 왼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 수정전은 원래는 집현전으로 불리던 곳입니다.
세종대왕이 성삼문 등의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만들고 학문도 연구하던 유서 깊은 문화재입니다.
● 인터뷰: 여기 들여다보니까 창고로 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이곳에서 한글이 만들어졌다는 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허술하다는 걸 느꼈어요.
수정전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근정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근정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 밑에는 석불, 비문 등 모두 29점의 문화재가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습니다.
더구나 이 가운데 9점은 아무런 내용 설명조차 되어 있질 않아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문화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차정식(경복궁 관리사무소): 그것은 저희들 문화재가 아니고, 박물관에서 일시 보관 한 문화재입니다.
설명이 안 되어 있는 부분은 박물관에서 조치가 되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거기에 대해서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관람객들은 우리문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역사의식을 가지고 이곳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학생들에게는 이곳이 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글이 만들어진 창고와 이름 없는 돌덩이 들을 보면서 이들은 과연 무엇을 느낄 것인가.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합니다.
MBC뉴스 임종근입니다.
(임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