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앵커: 송도균

헝가리 동독 난민 수용소[김영일]

입력 | 1989-09-10   수정 | 198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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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동독 난민 수용소]

● 앵커: 지금 헝가리에 머물고 있는 2만 명에 이르고 있는 동독 탈출자들의 서독 행을 놓고 동, 서독, 헝가리 등 세 나라 사이의 외교적 마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영일 특파원이 헝가리에 있는 동독 난민 수용소를 취재했습니다.

● 특파원: 여기는 부다페스트 시내 소르보시 가보르에 자리 잡고 있는 동독인 집단 수용소입니다.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어엿한 동독국적의 시민이요 국민 이였던 이들은 이제 국적 없는 난민의 몸이 되어 한 두평의 천막에 의지한 채 끊임없이 엄습하고 있는 불안과 초조 그리고 맨땅의 한기까지 온몸으로 이겨가면서 기약 없는 서독 행만을 애타게 고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이 이들을 이처럼 필사적으로 서독으로의 탈출을 결행하게 만들었는가.

- 서독 탈출은 단독으로 결심했나?

● 동독난민(남): 단독으로 결심했다.

자유를 찾기 위해서다.

헝가리 발라톤에서 휴가 보낸 뒤 자동차 트렁크 속에 숨어들어 왔다.

● 동독난민(여): 서독 행을 왜 결심 했냐고요?

동독에서는 모든 것이 불만 이다.

중요한 것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자유, 자유라고요.

● 특파원: 헝가리는 현재 5천여 명의 동독난민들이 4개의 임시수용소에 분산 수용되어 있고 여행 중인 15만 명 가운데 1만 5천 명 정도가 더 이곳 수용소를 거쳐 서독으로의 이주를 원하고 있어서 이 수용소는 동독난민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61년 베를린 장벽이 구축된 이후에 최대 규모가 될 게르만민족의 대이동.

이는 당초 지난 6일에 실시 되는가 했지만 헝가리 정부가 동서독의 합의가 없는 한은 동독인의 출국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돌연 태도를 바꿈으로서 동독난민들은 이제 외부 취재단들의 접근을 피한 채 절망감에 빠져있습니다.

● 디터그라만서기관 (주헝가리동독대사관): 최선의 해결책은 동독인들이그냥 귀국하는 것이다.

지난 행동은 불문에 붙이고 원하면 외국 여행도 허가하겠다.

● 특파원: 그러나 이미 결심을 굳힌 난민들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단식투쟁을 벌이며 아예 수용소를 빠져나와 오스트리아 국경통과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벌써 여름 햇살의 열기가 식은 지 오래인 헝가리 중부 발라톤 호수주변 장카 수용소에서 감기와 소화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는 동독난민들은 하루속히 자유가 숨 쉬는 서독 땅에 안착해서 45년만의 긴긴 이산의 한을 씻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이 순간에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헝가리 중부 장카 동독난민수용소에서 MBC 뉴스 김영일입니다.

(김영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