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앵커: 차인태,백지연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사망[이보경]

입력 | 1989-09-28   수정 | 198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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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사망]

● 앵커: 장기집권 끝에 권좌에서 쫓겨나 하와이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우리 시각으로 오늘 저녁 7시 48분 호놀룰루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마르코스는 과연 어떤 인물이며 왜 고국에서 눈을 감지 못했는지 외신부 이보경 기자입니다.

● 기자: 권력의 화신으로 불리던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망명지 하와이의 한 병실에서 스산한 종말을 맞았습니다.

올해 71살을 일기로 하와이 호놀룰루 프랜시스 병원에서 긴급 신장 수술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한 마르코스의 인생행로는 권력자가 빠지기 쉬운 오욕의 역사로 얼룩졌습니다.

마르코스는 아버지가 하원의원을 지내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중류층 출신의 엘리트로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2차 대전 중에는 자칭 구국항일투사 그리고 32살의 최연소 하원의원과 상원의장 경력의 젊은 마르코스는 65년 국민대중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69년 필리핀 최초의 재선 대통령이 된 마르코스에게는 변화에 따르게 마련인 보수와 급진의 반발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해결에 실패한 마르코스는 오히려 독재자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72년 계엄선포, 3선 금지조항을 깬 재집권을 단행한 마르코스는 그 후 약속한 경제개발의 완전 실패, 친족 족벌정치 그리고 부정축재와 정적 아키노의원 암살 방조 등 독재 정권이 걷게 되는 최악의 길로 치달았습니다.

마침내 마르코스는 86년 2월 선거결과 조작이 불씨가 된 국민적 저항에 굴복해 미 대사관이 마련한 헬리콥터 편으로 말라카낭궁을 빠져나와 호놀룰루로 유배의 길을 떠났습니다.

망명 생활 중에도 마르코스 부부는 스위스 은행에 빼돌린 엄청난 재산 문제로 필리핀 국내의 갖가지 민사사건에 끊임없이 연루됐으며 미국 정부로부터도 공금횡령과 편취혐의로 기소되기 까지 했습니다.

이때를 전후해 악화하기 시작한 지병 심장질환으로 병원신세를 지던 마르코스는 끝까지 권력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생의 대단원을 내린 것입니다.

MBC뉴스 이보경입니다.

(이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