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앵커: 엄기영,백지연
루마니아 현지 표정, 축제.혼돈 교차[이정혜]
입력 | 1989-12-26 수정 | 198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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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현지 표정, 축제.혼돈 교차]
● 앵커: 차우셰스쿠가 사라진 루마니아는 지금, 독재 타도의 환희와 함께 엄청난 학살극에 대한 눈물, 그리고 아직도 계속이 되고 있는 비밀경찰의 저항 등 축제와 혼돈이 교차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지 표정을 외신부 이정혜 기자가 전합니다.
● 기자: 루마니아 국영 텔레비전이 차우셰스쿠와 엘레나를 처형했다는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밤의 전격적인 차우셰스쿠의 처형발표는 그의 20년이 넘는 독재를 증오했던 루마니아 국민들에게도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그리스 정교국가면서도 24년만에야 크리스마스 미사를 공개적으로 드리게 된 루마니아인들은 혁명의 정신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어렵게 얻은 새로운 자유를 맛보지도 못하고 죽은 동포를 위해 촛불을 바치기도 했으며, 그들을 안장할 곳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사흘 동안 방송국을 지키던 이 정규군 병사는 이번 내란으로 아내와 아이를 한꺼번에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총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직장으로 출근해 정상업무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있는 구국위원회는 루마니아 국영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태수습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는 등 난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차우셰스쿠의 개인 저택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와 고급미술품과 카펫을 몰수해가기도 했습니다.
이 거리는 원래 민간인의 출입이 되지 않던 루마니아 비밀경찰본부가 있는 곳으로 총성과 흥분한 시민들로 소란한 시내와는 달리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우셰스쿠에 끝까지 충성하던 한 비밀경찰 요원이 시민에 의해 붙잡혀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시민들에게 습격당해 피살된 비밀요원의 시체가 간간이 눈에 띄며, 이를 두려워한 요원들의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유혈사태로 만이천여명이 사망한 티미시와라에는 지금도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콘티넨탈 호텔이 보안군의 최후의 저항지로 전투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병원에는 정규군과 보안군 시민의 부상자가 같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보안군 부상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특별조치를 해놨으며 치료가 끝나면 재판에 회부돼 처벌을 받게 됩니다.
24년 동안의 독재정권 타도에도 불구하고 앞날이 불투명한 루마니아는 지금 축제와 혼돈이 교차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는 모습입니다.
MBC뉴스 이정혜입니다.
(이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