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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텅 빈 헌혈의 집, 겨울 '혈액수급 비상'
입력 | 2016-01-14 20:38 수정 | 2016-01-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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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 앵커의 눈에서는 비상에 걸린 혈액수급 문제, 들여다보겠습니다.
◀ 앵커 ▶
먼저 혈액원과 병원상황부터 보시죠.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혈액원 공급실 직원과 혈액을 요청하는 병원 사이에 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김동희/서울서부혈액원 공급팀]
″A형 (신청) 넣어주신 거 혹시 많이 응급하신 건가요?″
″이번 차수에는 O형 10개 먼저 보낼게요.″
혈액이 모이는 대로 쉴새 없이 필요성분을 분리해 준비해도 실제 출고되는 건 하루에 나가야 할 8백 개보다 3백 개나 모자랍니다.
[김윤수/한국적십자사 대리]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이제 응급혈액 먼저 출고가 되고요. 각 개인병원도 이제 산부인과나….″
응급수술이 많은 대형 병원들은 이미 비상 태셉니다.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이 병원은 이번 주 혈액 보유량이 1.5일치까지 떨어지자 직원들에게 헌혈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외상환자는 응급실 도착 후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 최대 1백 개의 혈액 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이 대학병원은 수혈이 필요한 수술환자 보호자들에게 헌혈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연환/ 여의도성모병원]
″A형 같은 경우에는1.5일분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심각한 수준에 있습니다. 교통사고 환자가 오게 되면 많은 혈액이 확보되어야 되는데….″
◀ 앵커 ▶
병원 직원에 환자 보호자까지 동원될 정도면 혈액이 얼마나 부족한 겁니까?
◀ 앵커 ▶
혈액이 담긴 팩은 320밀리리터, 400밀리리터 두 가지 용량이 있는데요.
하루 평균 이런 팩 5천3백 개 정도가 쓰입니다.
적정 보유량은 5일치, 2만 6천 개 정도인데, 지금은 1만 개가량 부족하고요.
B형을 빼면 모두 채 3일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 앵커 ▶
적정량 아래로 떨어진 게 벌써 43일째인데요.
겨울에는 월평균 헌혈량이 2만 건 정도 줄어듭니다.
춥기도 하고 방학이라 학생 단체헌혈이 어렵기 때문이겠죠.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미뤄졌던 수술까지 몰려서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갑자기 헌혈량을 늘리기도 어려울 텐데, 다른 방법은 없는지, 조재영 기자 설명 들어보시죠.
◀ 리포트 ▶
″매혈자들이 원할 경우 하루에 두 번씩이나 피를 뽑기도 했습니다.″
″이 혈액원에는 평일 오후만 서른에서 마흔 명의 학생들이 찾아와서 피를 팔고 있고….″
20년 전까지만 해도 피는 사고 팔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매혈에 피 파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까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법으로 금지됐습니다.
혈액을 수입하기도 합니다.
제약사들이 미국에서 혈액을 사서, 혈장 성분을 들여오는데 안전 문제 탓에 수혈용은 제외됩니다.
대신 B형 간염이나 파상풍 같은 특수질환 치료제에 쓰입니다.
Rh- 같은 희귀 혈액은 혈액원에서 공급하는 양이 많지 않습니다.
희귀 혈액 보유자들은 병원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알음알음 연락하는 방식으로 헌혈자를 구합니다.
◀ 앵커 ▶
결국, 수혈에 쓰이는 혈액은 헌혈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헌혈의 집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는 겁니다.
조국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헌혈하고 가세요″
강추위에 거리에 나와 선물과 애타는 목소리로 헌혈자를 구하지만 선뜻 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헌혈대 여섯 자리 모두 텅 비어 있습니다.
한 시간 만에 겨우 한 명의 헌혈자가 자리를 채웠지만 이후 두 시간 동안 다섯 명이 더 찾았을 뿐입니다.
혈액 수급이 비상이라는 보도가 나간 뒤 늘어난 게 이 정도입니다.
[홍윤정/헌혈의집 영등포센터장]
″평일에는 60명 안팎으로 헌혈을 하셨었는데 (보도 후) 다른 때보다 20명 정도 더 많은 숫자가...″
◀ 앵커 ▶
조국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직접 헌혈도 했다면서요?
◀ 기자 ▶
며칠 전에 했는데요.
먼저 문진으로 병이 있는지 술 마셨는지 열 한 가지를 확인하고요.
혈압도 잽니다.
손끝에서 피를 뽑아 농도가 적절한지도 알아본 뒤에 헌혈까지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저도 군 시절 이후로 15년 만에 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 앵커 ▶
헌혈의 집에서 한 거죠?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까?
◀ 기자 ▶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전화를 이용하면 가까운 곳을 찾을 수 있는데요.
서울은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헌혈의 집이 서른아홉 곳, 한마음혈액원이 하는 헌혈카페도 아홉 곳이 있습니다.
평일은 저녁 여덟 시까지 운영하고, 주말에도 문을 여는 곳이 있습니다.
이동차량도 두 혈액원 합쳐 서른 대 가까이 있는데 다만, 주로 군부대나 학교를 돌고 있다고 합니다.
헌혈자 10명 중 8명이 10대나 20대, 학생이나 군인이다 보니까 30~40대가 헌혈을 더 해야 혈액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 앵커 ▶
조 기자, 수고했습니다.
헌혈, 꼭 필요하다 싶은데 아직도 잘못 알려진 것들이 좀 있죠?
◀ 앵커 ▶
네, 헌혈하면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분들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전문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정희숙/한마음혈액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헌혈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 학문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페리틴′(철분 저장 단백질) 레벨이 낮아지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의 빈도가 오히려 낮아진다는 그런….″
◀ 앵커 ▶
또 혈관이 얇아진다, 악성 빈혈이 생긴다 이런 얘기도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좋은 점이 있다는데요.
이 분 얘기를 들어보시죠.
[이명림/150여 회 헌혈]
″아, 또 오늘도 누군가를 도와주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홀가분하고 기분 좋다, 이런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 앵커 ▶
헌혈하신 분들의 얼굴, 따뜻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피는 뽑아도 하루 이틀이면 저절로 다시 만들어지죠.
나눠도 줄지 않는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