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재형

"한 그릇 팔았다고 축하받아"…졸라맬 허리도 없다

입력 | 2020-03-20 19:38   수정 | 2020-03-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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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어제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취약 계층을 위한 ′재난 긴급 생활비′를 전국적으로 실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늘은 이건 ′복지가 아니라 재난 대책′이라는 제목 아래 이 대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거듭 촉구하려고 합니다.

먼저, 서울시의 대책을 가지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서울시는 ′중위 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30에서 50만 원의 상품권이나 직불 카드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중위 소득 100% 이하′ 어려운 말이죠.

1인 가구 176만 원, 2인 299만 원, 3인 387만 원, 4인 475만 원인데 우리 가족의 한 달 세전 수입을 따져보니까 이거보다 덜 번다 싶으면 주민 센터에 일단 신청합니다.

이후 3, 4일간의 심사를 거쳐서 대상자로 선정되면 하루 이틀 뒤에 지급해 주겠다고 합니다.

3월 30일부터 신청이니까 이 날 신청해서 가장 빨리 받는다 해도 4월 둘째 주는 돼야 합니다.

만약 전국적인 ′재난 긴급 생활비′를 오늘 당장 결정한다 해도 이때는 돼야 내 손에 들어온다는 얘깁니다.

′속도감 있는 대책′이 왜 필요한 건지, 먼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우리 이웃의 요즘 삶, 오늘은 대구 서문시장의 풍경을 박재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대구 서문 시장의 먹거리 골목.

사람들로 북적이던 점심 시간이지만, 손님 그림자 찾기도 어렵습니다.

식당 주인들만 삼삼오오 모여 한숨을 쉴 뿐입니다.

[김혜숙/식당 운영]
″(오늘은 얼마 파셨어요? 지금 점심 시간인데요?) 아직 한 그릇도 못 팔았어요. 아직 마수(개시)도 못 했어요.″

″나 한 그릇 팔았다. (한 그릇 팔았나?) 한 그릇 파셨어요? (야, 너 축하한다.)″

20년 넘게 구두 가게를 운영해온 김성현 씨는, 사스니, 메르스니,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근근히 버티고 버티던 김 씨는, 결국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김성현/구두가게 상인]
″어제 같은 경우에는 4만 원…와 가지고 문만 열었다 뿐이지, 매출은 없다고 봐야 돼요.″

이곳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대구 찜갈비 골목입니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까 감염 위험 때문에 지난달 21일부터 골목 전체가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포장 판매만 하고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점심 시간인데도 이렇게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나인환/찜갈빗집 사장]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똑같다는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문 연다는 사람도 있고, (종업원들이) 겁이 나서 출근 안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는…″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들도 종업원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안수헌/부대찌개 전문점 사장]
″(저녁에는) 아예 거의 없다시피 하죠. (종업원들은) 잠시 쉬게 하고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들 다 줄이고요.″

자영업자들은 인건비의 75%를 지원받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에 몰리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에서 한 달에 너댓개 사업장이 이용하던 제도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하루 200곳씩 신청하고 있습니다.

[반정호/여행사 사장]
″몇 개월 버티다 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회사를 계속 유지를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소상공인 지원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대부분 융자 같은 간접지원에 그치고 있어, 생계비나 임대료 등을 직접 지원하는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