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수한

이동재·한동훈의 '수상한 2~3월'…무슨 일이?

입력 | 2020-08-04 20:53   수정 | 2020-08-0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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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채널A 기자가 검찰 총장의 측근 검사장의 이름을 앞세워서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의혹을 MBC가 처음 보도한지 넉달이 됐습니다.

그 사이 이동재 전 기자는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한동훈 검사장의 연루 정황도 일부가 세상에 공개 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안팎의 갈등이 오히려 주목을 받고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 검언 유착이라는 이 사건의 본질은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늘 그 본질을 처음부터 다시 언급하려 합니다.

먼저, MBC 보도 이전인 지난 2월과 3월 의혹의 당사자들과 주변 인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윤수한 기자가 돌아 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월 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4명을 추가 투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수감 중인 이철 씨와 금융 사기를 공모했다는 의혹들이 다시 꼬리를 물었습니다.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지난달 24일, MBC라디오)]
″극우 유튜브쪽에서 어마어마하게 신라젠과 관련해서 제가 감옥 갈 거라는 말들을 하기 시작하죠. 그 시점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이날, 이철 씨가 대표로 있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합니다.

이튿날 후배 기자와 이철 씨의 주소지를 다녀온 이 전 기자가 법조팀 단체대화방에 남긴 글.

″일가족을 설득해 유시민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과 장부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일주일 뒤인 2월 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역 방문의 첫 일정으로 부산고검을 찾습니다.

이곳 차장검사인 한동훈 검사장이 사무실에서 이동재 전 기자를 만난 날이기도 합니다.

[이동재 - 한동훈 검사장 대화 (2월 13일)]
이동재 : (후배기자한테)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 이철 와이프 찾아다니고 막 이러는데.
한동훈 : 그건 해 볼 만 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중략-)
이동재 :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
한동훈 :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되지.

실제로 이 전 기자는 다음날부터 약 한 달간 이철 씨에게 편지 다섯 통을 잇달아 보냅니다.

′유시민 이사장에게 돈을 얼마나 건넸냐′는 물음으로 시작해, ′검찰이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 거′라며, 여권 인사 관련 제보를 안 하면 더 가혹한 수사를 받을거라고 압박합니다.

이철 씨 측 대리인과도 세 차례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동재/전 채널A 기자 (2월 25일)]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 보다 더 죽어요.″
″가족이 나중에 체포돼 가지고 가족이 이렇게(구속) 되는 것보다는 먼저 선제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모 검사장의 목소리라며, 녹음파일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한 모 검사장 (이철 대리인이 읽은 녹취록)/3월 22일]
″(제보를 하면)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가지.. 그게 기본적으로 보면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이동재 전 기자는 ′협박성 취재′를 중단 전 사나흘간 한동훈 검사장과 집중적으로 통화했습니다.

채널A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통화 발신 기록만 네 번, 특히 한 검사장과의 통화를 전후로 이 전 기자는 이철 씨 대리인과 여러 차례 연락했습니다.

이철 씨 측이 취재 거부 의사를 밝히면,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를 마친 뒤엔 3분 만에 이철 씨 측에 설득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이 전 기자는 한동훈 검사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라며, 후배 기자에게 두 차례 알려줬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이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했다″, 또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좋은 방향으로 간다. 내가 범정을 연결시켜 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MBC의 취재 사실이 알려지자 채널A는 이 전 기자의 취재를 중단시켰습니다.

이 전 기자는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은 물론, 채널A의 진상조사에서도 녹음 파일의 주인공을 한동훈 검사장이라 시인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또 MBC의 3월31일 첫 보도 직후 휴대전화 두 대와 노트북 등을 모두 초기화한 뒤, 핵심증거인 카카오톡 계정까지 삭제했습니다.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 나와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모든 건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