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천5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떠밀리다 시피 사회로 나오게 되는데요.
그런데 네 명 중에 한 명은 시설에서 나간 지 6개월도 안돼서 빈곤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홀로서기′ 사연, 들어 봤습니다.
◀ 리포트 ▶
시민단체인 ′고아권익연대′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 도움 좀 요청하고 싶어서...
고아권익연대: 어떤 상황이시죠?
남: 제가 보육원 출신인데 지금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고
고아권익연대: 밥은 지금 어떻게 먹고 살아요?
남: 지금 안 먹은 지가 거의 2주정도가 돼가요.
고아권익연대: 이런 도움 받을 만한 데를 몰랐던 거예요?
남: 네
보육시설에서 나온 대연 씨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결국 4년만에 노숙까지 하게 됐습니다.
[김대연(가명)/보호 종료 4년]
″2주 동안 밖에서 노숙하면서 자살 시도도 많이 했었는데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이 단체는 급하게 대연 씨에게 식비와 교통비 정도의 지원금을 보냈지만 당장의 도움에 불과할뿐입니다.
대연 씨처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생활하다 만 18세에 사회에 나오는 청소년들, 바로 ′보호종료아동′입니다.
해마다 2천5백 명이 떠밀리다시피 자립에 나서는데, 4명 중 1명이 6개월 이내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될 정도로 상당수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시설을 떠난 후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어릴 때 자신을 버린 가족에게 돌아가기도 합니다.
보호종료 4년차 쌍둥이 형제는 현재 신용불량자입니다.
[쌍둥이 동생/보호 종료 4년]
″딱 코로나가 터질 때라서 알바 안 구해져서 소액결제 쓰다가 못 내고 있어요. (연체금이) 저는 180만 원 정도 되고 저희 형이 200만 원이 넘어요.″
퇴소할 때 각각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얼마간 저축한 돈을 들고 13살에 자신들을 시설에 맡긴 아버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도 하며 돈을 더 모았지만 형제의 자립을 위해 사용해야할 돈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쌍둥이 동생/보호 종료 4년]
″아버지가 뺏어서 다 썼어요.″
[쌍둥이 형/보호 종료 4년]
″저도 대학가고 싶어서 모으고 싶었는데 백만 원을 아버지가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그냥 모아주신다고 해서 그냥 믿고 맡겼는데 아버지 유흥비로 다 쓰셨더라고요.″
시설에 맡긴 뒤 연락 한 번 없던 부모가 퇴소 무렵에 나타나 정착지원금 등을 가져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돌아갈 곳이 전혀 없는 보호종료아동은 자립정착금과 지원금을 가지고 홀로서기에 나서는데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난관입니다.
[신선/보호 종료 4년]
″은행에 가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는다거나 부동산 찾아가서 하는 것도 아예 처음이다보니까 너무 두려웠던 거 같아요.″
[허진이/보호 종료 6년]
″아무래도 단체생활을 저는 오래해서 주체적으로 사는 경험이나 자기 표현의 기회 자체가 좀 적었다보니 만약에 양육자가 있거나 보호자가 있었더라면 뭔가 바람직한 어떤 선택이 무엇인지 잣대를 좀 도움을 주셨을 텐데 오롯이 혼자 결정하고 홀로 책임을 져야되는 그 순간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쌍둥이 동생/보호 종료 4년]
″외출이 자제되니까 보육원은 밖에 계속 못 돌아다니게 했을 거 아니에요. 그럼 사람을 계속 못 만나서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애들도 있어요. 저도 약간 그래서 직장에서 왕따(당했어요)″
혼자 생계를 꾸려가다보니 배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대학 진학률이 70%인데 반해 보호종료아동의 진학률은 44%정도 입니다.
[이다연/보호 종료 3년]
″돈이 없는데 어떻게 가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못 구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범죄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박영동/보호 종료 5년]
″월세가 엄청 커지니까 일은 안 구해지던 시기여서 당장 생계와 생활 때문에 그때 막 SNS 들어가서 광고가 있길래 무직자도 대출이 된다라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서 천오백인데 브로커에게 수수료로 칠백정도…″
불법 대출을 받고 난 뒤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박영동/보호 종료 5년]
″월세 밀린 거 내고 공과금 밀린 거 내고 그렇게 하고 쓰다보니까 당장에 이 돈을 어떻게 갚지 그 압박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그랬죠.″
이들의 자립을 돕는 제도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자립정착금 500만원, 자립수당 월 30만원, 일정 조건이 되면 주거시설과 학비 등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이런 지원 내용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대연 (가명)]
″애초부터 보육원에서 알려주지 않아서 제가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몰랐어요.″
양육시설에서는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하고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교육도 실시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신선/보호 종료 4년]
″그냥 앉아서 PPT 1시간 정도를 들어야 되는데 그런 교육이 사실상 저희한테는 도움이 많이 안 됐던 거 같아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차나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문제입니다.
[정수민(가명)/보호 종료 5년]
″이것 저것 규제랄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이런 게 너무 많아서…″
[허진이/보호 종료 6년]
″뭔가 어쩌면 조금 포기되어진 삶일 수 있잖아요. 그나마 이제 ′이런 정부지원이 있대′라고 해서 찾아가면 너무 절차가 많은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친구들이 이제 그 과정에서 지치는 거죠.″
경제적, 정서적으로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생존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
[김진/보호 종료 5년]
″세상이 만 18세를 이중 잣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투표권을 부여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니냐 왜 주냐 이렇게 하더니 만 18세가 되면 성장했으니 자립을 하기 위해서 나가라고 하고…″
[쌍둥이 형/보호 종료 4년]
″취업자리 같은 거 정확히 연결이 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그때 내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허진이/보호 종료 6년]
″자립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결국 미성숙한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그 상황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걸로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만 18세는 자립을 강요받기엔 아직 이른 나이″라는 목소리도 귀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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